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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 Eunjeong Feb 23. 2021

쉐도잉을 멈추세요! (통역사가 알려주는 쉐도잉 방법)

요즘 외국어 공부를 잘하려면 쉐도잉을 하라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본다.


나의 공부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언어 공부에도 유행이 있는 건지... 20년 가까이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쉐도잉이라는 공부법을 알게 된 것은 통대를 준비하면서부터였으니 10년도 안 된다.


마치 유행처럼 쉐도잉이 언어 공부의 만능키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사실 쉐도잉은 쉽지 않다. 쉐도잉의 목적과 방법을 잘 모르고 무작정 따라 한다면 시간만 낭비하고 좌절만 하게 될 것이다.



*쉐도잉의 목적

1. 발음과 억양 교정

 언어 공부에도 유행이 있는 건 맞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사무총장에 임명된 후 한동안은 말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발음이나 억양을 원어민처럼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그래도 발음과 억양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여 그 교육방법의 일환으로 쉐도잉을 추천하게 된 듯하다. 물론 발음과 억양 교정에 쉐도잉은 굉장히 좋은 공부 방법이다.


2. 자연스러운 회화체 공부

 쉐도잉의 자료는 뉴스, 영화 대사 등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원어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 따라 하기 때문에 문장을 반복적으로 따라 하면서 본인의 것으로 만든다면 자연스러운 표현을 익힐 수 있다.


3. 듣기 능력 향상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외국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지속적으로 외국어에 노출이 되어야 그 언어를 들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러 찾아서 듣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내가 공부하는 그 언어를 들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언어의 음성을 틀어놓기만 하고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면 그 역시 큰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쉐도잉은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좋은 학습법이다.


*쉐도잉 방법

1.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자료 선택

 앞서 말했듯이 쉐도잉을 하려면 왠지 유창한 원어민의 목소리를 따라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뉴스나 영화 대사를 자료로 많이 선택하는데 자신의 외국어 실력이 그 내용을 들었을 때 80%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그 자료는 절대 제대로 따라 할 수 없다. 쉐도잉을 할 때 따라 하지 못해 버벅거린다면 쉐도잉의 효과가 떨어지고 본인의 외국어 실력에 좌절하게 된다. 그러면 곧 포기하고 만다. 쉬운 문장도 괜찮다. 본인이 글로 읽고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한 수준의 문장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2. 반복만이 살길

 가끔 쉐도잉은 처음 듣는 자료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쉐도잉은 스크립트가 있는 자료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귀 70%, 눈 30%를 사용하면서 따라 해도 좋고, 쉐도잉을 할 때에는 100% 귀에만 의존하고 스크립트를 보면서 놓친 부분을 분석하는 방법도 좋다. 통번역대학원을 다닐 때는 스크립트에 악센트 표시도 다 하면서 쉐도잉을 했다. 그 정도로 쉐도잉 자료는 여러 개를 하는 것보다 한 자료를 속된 말로 '씹어 먹어야' 한다.


3.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    

 쉐도잉을 할 때는 이어폰은 한쪽에만 꽂고 한쪽 귀로는 자료를 듣고 한쪽 귀로는 자신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이건 통역사들이 동시통역을 할 때 하는 방법인데 통역사들도 처음에는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쉐도잉을 할 때는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장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 녹음을 하면 들어도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스스로도 많이 괴로울 테니 문장이 익숙해져서 버벅거리는 부분이 적을 때 녹음하면 좋다. 우리는 원어민처럼 발음하지는 못해도 들은풍월이 있어 발음이 좋고 나쁜 건 귀신같이 잘 안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 아주 객관적으로 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단,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어 처음에는 조금 듣기 괴로울 수 있으나, 곧 적응된다.



통번역대학원을 다닐 때도 쉐도잉을 많이 했고 지금도 매일 쉐도잉을 하고 있다. 통역사의 쉐도잉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듣지 못한 부분도 공백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께서 알려 주신 통역사의 쉐도잉 방법은 내용을 이해하면서 듣고 단어를 놓쳤도 대체 가능한 내용에 맞는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완성하라는 것이었다.


쉐도잉은 외국어 여부를 떠나 들으면서 따라 말한다는 어려운 멀티태스킹 작업이다. 쉐도잉이 잘 안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잘하지 못한다고 좌절할 만큼 만만한 공부법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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