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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Jun 04. 2024

소낙비를 그리며



<  소낙비를 그리며  >





저는 비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비를 맞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세찬 빗소리는 정말

끝내 주지요


땅을 뚫어버릴 듯이 내려 꽂히는

빗줄기를 바라보면

가슴속에 쌓였던 먼지들이

케케묵은 그 먼지들이

깨지고 흩어져서

씻겨 내려가는 통쾌함으로

살맛 나는 기분이지요


그렇게 천둥처럼 번개처럼

내리치던 비가 아쉽게도

그치고 나면 그제서는

수줍은 새 햇살이

애교처럼 비추이는 건

못 말리는 일입니다


그건 좀

귀찮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양으로

눈부시게 다가오는

삶과 같은 거지요








-[그래도 인생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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