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낙비를 그리며 >
저는 비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비를 맞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세찬 빗소리는 정말
끝내 주지요
땅을 뚫어버릴 듯이 내려 꽂히는
빗줄기를 바라보면
가슴속에 쌓였던 먼지들이
케케묵은 그 먼지들이
깨지고 흩어져서
씻겨 내려가는 통쾌함으로
살맛 나는 기분이지요
그렇게 천둥처럼 번개처럼
내리치던 비가 아쉽게도
그치고 나면 그제서는
수줍은 새 햇살이
애교처럼 비추이는 건
못 말리는 일입니다
그건 좀
귀찮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양으로
눈부시게 다가오는
삶과 같은 거지요
-[그래도 인생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