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기

by 엄서영

아직 학생증도 나오지 않은 예비대학원생이지만 나는 학교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포럼, 학술대회 등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하나라도 더 듣고 배우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나이 많은 할매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기 때문이다. 나는 모른 척 딴청을 하며 앉아 있지만, 강의나 주고받는 토론에는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눈치를 보면서 앉아 있는 것은 그만큼 얻어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학문의 최첨단에서 선두를 달리는 학교인 만큼 내용도 그에 걸맞게 수준 높고 풍부하다. 앞으로 나에게도 그런 토론과 강의의 대열에 끼어들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며 마음이 겸손해진다


심지어 엊그제에는 학교 교내 투어에도 참여를 하였었다. 보통 교내 투어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들이 참여하는 것이라 대학원생들은 쪽팔려서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나 역시 많이 망설였지만, 넓디넓은 학교 생활을 하려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다. 말하자면 교내 식당이라든지 도서관이라든지.

투어대기 장소에 도착했을 때 투어에 신청한 사람들의 명단을 한 사람씩 확인하고 있었다. 나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투어안내원이 나에게, 앞에 온 학생의 어머니냐고 물어서 나도 학생이라고 했더니 몹시 당황하며 웃어서 나도 웃었다. 대기실에 들어가니 역시나 아직 고등학생 티가 나는 어린 신입생들이 가득했고 그 틈에 앉아 있기가 따가웠는데 어떤 학생은 나보고 '멋있다'라고 말하기도 해서 쑥스러웠다. 하지만 어쨌든 투어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내가 모르는 정보들을 얻었고 세 군데나 있는 교내 식당 중에서 어느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은 지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도 들어갔었고 역시 세 군데에 있는 도서관에도 가 보았는데 그중에 어떤 곳은 정말 카페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여서 나도 그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과연 나 같은 할매가 있을 자리인지는 용기가 나질 않았다. 어쩌면 민폐일지도 ㅎㅎ.


어쨌든 이제 며칠 후면 1학기가 시작이 되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간다. 눈치보기도 쉽지 않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체력이다. 아무쪼록 무리 없이, 건강하게, 하려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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