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정신없다

by 엄서영

대학원 첫 수업에서, 나는 약간 머리를 띵! 하고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은 교육목표만 말씀하시고 책 대여섯일곱 권을 교재로 정하신 뒤 그 책을 혼자 다 읽고 연구해서 주제에 맞게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 학생이 할 일이었다. 말하자면 발표와 토론의 연속인 것인데 과목마다 저 많은 책을 어떻게 다 소화를 해서 글을 쓰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거다. 하지만 마음은 기뻤는데 비로소 제대로 된 훈련소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좀 촌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발전해 나갈 나의 모습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생기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 희망이야 어찌 됐든 당장 눈앞에 읽어야 할 책과 과제가 쌓여가니 정신이 없기는 하다. 게다가 스터디에도 세 군데나 욕심껏 가입을 해서 거기서도 할당된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발표하고 토론을 해야 하니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꾸역꾸역 그리고 차근차근해나갈 생각이다.


그 와중에 오늘은 치과엘 다녀왔다. 임플란트 수술을 두 개나 받았는데, 65세 이상은 국가에서 두 개까지 비용의 70%를 보장해 주어서 수술비 부담이 훨씬 적었다. 치과 치료를 할 때 마취 덕분에 아프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마취주사가 너무 아프다는 게 문제다. 옆에서 간호사가 조금 따끔합니다 하고 말해주지만, 절대 조금 따끔하지 않다. 마치 주삿바늘로 골수를 쑤시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덕분에 치료를 편하게 받을 수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눈물을 머금고 참을 수밖에. 아직까지도 아래턱에 마취가 풀리지 않아 입이 조금 비뚤어져 있다. 내일은 소독하러 오라고 한다.


마취가 풀리면 통증이 오겠지.

배는 고픈데 먹는 게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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