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공통 취미는 주로 TV의 일일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이다. 사실 꼭 재미있고 꼭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루의 시름을 흘려보내기에 부담 없는, 심오하지 않고 얼렁뚱땅 진행되며 대충 때워지는 뻔한 기승전결의 줄거리들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준다고나 할까
젊었을 때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뉴스나 시사토론이라든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놓칠세라 과학이나 의학 관련 프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곤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세상의 모든 일들이 심드렁해진다. 그러니 뉴스는 물론이고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심층취재나 모든 교양프로마저도 기피대상이 되었다
뭐든 깊이 생각한다는 것 차체가 골치 아픈 일이 되었다
드라마도 너무 촘촘히 잘 짜여지고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말하자면 수준 높은 드라마는 너무 버겁다
예능에도 관심이 없어서, 사람들이 그토록 좋다고 쫓아다니는 가수나 인물들에게도 관심이 없고 무슨 커다란 행사를 한다 해도 관심이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이토록 심드렁해질 수 있다는 것이 한 편 생각하면 나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인생의 나태함을 즐긴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는 별의미 없는
일일드라마를 함께 보며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고
드라마에 나오는 어쭙잖은 뻔한 대사를 서로에게 읊어주며 웃기도 한다
이런 가벼운 시간들이 치열하게 살아낸 하루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TV의 일일드라마는 우리 부부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하루의 비타민이자 마지막 일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