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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한갓 흘러가는 이야기 일 뿐


옛날에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보았던 듯한 어느 노파의 이야기

그녀는 어느 카페에 단골손님이다
머리에 멋들어진 모자를 쓰고
옷도 나름 패셔너블하게 걸쳤다
손에는 영자신문을 들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노숙자였다

멋들어진 모자와 옷은 꾀죄죄하고
지저분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하지만 입은 쉬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과거는 대단했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권세와 부유한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그 시절에 해외유학을 다녀오고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랑을 받고 살다가 결혼을 하고
결혼 후에도 외교 관련 활동을 하였었는데
어떤 예기치 않은 일로 삶이 파탄을 맞아
사람이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현실을 잘 인식하지 못해서 인지
나름 의연하였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까 생각하니
그 모습을 보는 내가 오히려
가슴이 아팠었다

그러나 그뿐
그녀의 고통의 상처는
아무에게서도 보상받을 수 없고
치유받지도 못한 채
한갓 이야기로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모든 삶이 그렇다
고통도
환희도
그렇게 흘러가 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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