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단에는 심심치 않게 짧은 문구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가령 "여기까지
00 칼로리"같은 글들이다. 말하자면,
그 문구가 있는 곳까지 계단을 오르면
그만큼 체중이 줄어들고 건강에 유익
하다는 격려성 홍보인 셈이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일반화
되면서, 길을 가다가 계단을 만나면
마음에 부담부터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지하도나 육교보다는 횡단보도가 반갑고,
지하철에서는 주변에 엘리베이터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혹시 나이가 든 탓이려나?)
인류가 계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선사시대부터라고 한다. 거친 언덕이나
구릉을 넘어가기 위해 만들었는데,
문명이 발달하면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높은 곳까지 계단을 쌓아 올려 제단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편리함의
상징이었던 계단이 하늘의 신을 만나기
의한 염원의 상징이 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계단은 스위스에
있는 '닐슨 산'이라는 계단으로 무려
11,674개의 계단이 있고, 그다음은
미국의 하와이에 있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으로 3,922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장엄한 경치에
둘러싸인 중국 장가계에 있는, 999개의
계단으로 된 '하늘에 닿는 문'은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계단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계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중앙동에 있는 '40 계단'과
초량동에 있는 '168 계단'이다.
'40 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재회의 장소이자 구호물자를 나누던
애환의 장소이기도 하다. 40 계단 하나
하나에 그 시대 사람들의 눈물이 스며
있다 생각하면 도저히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갈 수는 없을 듯하다.
'168 계단'은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서
부산항까지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인데, 그 아찔한 경사의 계단
하나하나마다 척박한 삶의 무게와 설움이
스며있어 역시 가슴 뭉클해지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계단은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인류의 발명품이다. 높은 곳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실제적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 사이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이루지 못할 높은 곳을
향하는 소망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 마음속 목표를 향해 갈 때는,
에스카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그리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갈
꿈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단은 우리 마음속의 염원과
소망을 높은 곳으로 인도하는 기도와
같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