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쨌든 갑갑해도 앞으로 가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아는 하나뿐인 방법
이었다. 나는 초등 영어 정도의 수준에서
중간 과정을 다 생략하고 토익과 바로
맞짱을 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오로지 앞만 보며,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도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분량은
개미 눈물만큼 밖에 안 되었다. 하루의
공부가 끝나고 나서 보면, 내가 지나온
자리가 마치 달팽이가 기어간 자리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의 공부는 무겁고 느린
움직임으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마음은 한없이 급했지만 공부는 치밀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드라마틱하게
해주었다. 나는 느릴 뿐이지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고무적으로 느껴
졌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러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휴학 신청을 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