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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겨울에 생각나는 조그만 추억


어렸을 때

한남동 산동네에 살았었다

 

다른 기억은 안 나는데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한 번 씩 생각나는 추억들

 

겨울 추운날 저녁

집으로 퇴근해서 오시는 아버지의 손에는

항상 따끈한 호떡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가 웃으시며 호떡을 주실 때의 행복감은

참 커다란 것이어서

내가 아버지의 딸이란 것의 자랑스러움이

호떡의 맛 만큼이나 달콤했었다

 

추운 겨울날 아침

아버지는 우리 어린 자매를 데리고

남산을 오르시곤 하셨는데

우리는 아버지 뒤를 따라가면서

손발이 시려운 것도 잊고 솔방울을 주워서

가는 걸음 마다 떨어뜨리고는

헨델과 그레첼 처럼

집에 돌아갈 때 솔방울을 보고 돌아갈 것이라고

동화 놀이를 하곤 했다

 

그렇게 추운날 남산엘 가면

남산 중턱에 있는 폭포가 꽁꽁 얼어서

물이 산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지금도 추운 겨울 저녁 깜깜한 골목길에

가로등 밑에서 호떡을 팔던 아저씨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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