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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아름다운 얼굴


얼마 전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부산 내려와서 처음 정든 친구라서 우리끼리는


첫정이라고 말을 한다


 


30년 가까이 지내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첫정이란 그 마음 때문인지


아무리 미워도 잊지 못하고 이어온 인연에


지금은 삶의 고비고비 서로의 발자국들을 헤아려 보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친구와 만나서 지난날들을 이야기하며


친구가 의미심장하게 사진 두 장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한 장은 젊었을 때 사진이고


한 장은 최근의 사진이었다


 


나는 그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 보며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젊었을 때의 사진은 확실히 곱고 예쁜 모습이었다


최근의 사진은 확실히 나이 든 테가 물씬 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사진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젊었을 때의 곱고 예쁜 표정은 어둡고 찌든 느낌이 드는 반면


최근의 사진의 표정에서는 밝고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 친구는 젊었을 때 오히려 부자로 잘 살았었고


지금은 빚에 쪼들리는 형국이었음에도.


 


친구와 나는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리가 젊었을 때는 무언가에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었더랬지....


항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만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 나이 들어 삶의 고비를 지나며 마음을 내려놓으니


얼굴 표정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그래,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젊고 고운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많든 적든 밝고 평화롭고 무언가를 극복한 초월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 보며


우리는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요즘 얼굴 표정에 신경을 쓴다


밝고 평화로운 얼굴로 늙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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