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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남편과 딸

<딸자랑>


딸이 처음 호주로 떠날 때
남편을 설득하기를
요즘 애들은 외국에 한 번 씩 다녀오곤 한다
그래야 좀 더 넓은 세상 경험도 하고
생각도 넓어질 거 아니냐

그래도 남편은 막무가내
걱정되서 보낼수 없다고
저걸 어떻게 머나먼 나라에 
홀홀단신으로 보내냐며 도리질을 했었다

하지만 딸에게는 꼼짝 못하는 아빠라
딸이 나가고 싶다하니
끙끙대면서 눈 찔끔 감고
울며 겨자먹기로 유학을 보냈다

딸이 가고 나서 한동안
남편이나 나나 둘 다 
홍역을 치르듯이 딸의 부재를 겪어냈는데
어느새 6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딸은 유학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고
날이 갈수록 즐겁게 지낸다는 소식을 
단톡방에 올리곤 한다

지난달부터는 아빠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고
독립하겠다고 알바를 구해서 제법 큰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일하면서 공부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걱정은 되지만 
주변사람들이 모두 프랜들리 하다며
힘들어도 즐겁다고 한다

어느덧 6개월의 유학기간이 끝나
다시 1년을 연장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처음 약속과 다르지 않냐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이왕 나간 김에 좀 더 배워서 와야 하지 않겠냐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러다가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며
걱정하는 남편의 모습에
안스러운 마음이 들며 딸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카톡으로 영상통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니 답답한 건 없는데도
옆에 없다는 사실이 그리도 애틋한 것인지

딸도 그 곳에서 잘 지낸다면서도
집이 그립다는 소리를 한다
망구 집에서 편하게 지내다가 홀로 외국생활을 하니
외롭고 고달플 때가 왜 없을까마는

모든걸 잘 견디고 공부를 더 하겠다고 하고
이제는 알바까지 한다니 
대견하고 다행스런 마음이다

딸과 아빠의 그리운 마음이
서로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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