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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라면으로 치즈파스타 만들기


나는 사실 원래부터
라면을 끓이면
막 끓여낸 탱글탱글한 면보다는
좀 뭉근하게 오래 끓여 토실토실해진 면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뭉근하게 오래 끓이면
국물 맛도 더 깊게 느낄 수가 있다
스프가 충분히 퍼지고 녹아진 맛
마치 생선살을 오래 끓인듯이
진득한 느낌마저 드는 국물 맛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면을 즐겨먹는 것은 아니었고
어쩌다 먹게 될 때는
아이들이 금방 끓여 먹는거에 비해서
오래 걸려서 끓여먹는 정도였을 뿐
일상생활에서 라면을 먹는 일은
거의 드물었었다

그런데 얼마전 점심 때
밥도 없고 빵도 그닥 땡기지 않고
이것저것 입맛이 그닥 마뜩치가 않아
오랫만에 라면이나 먹어볼까 하고
물을 끓이고 라면을 넣었다

그러고는 뭘 잠깐하느라
라면 올린 걸 깜박 잊고 있다가
아참 하고 들여다 보니
국물이 거의 쫄아들어 있었다

그래도 타기 전에 불을 꺼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먹을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국물이 쫄아 짤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물을 부으면
라면 맛이 영 아니올시다 일 것 같아서
생각해 낸 것이 치즈였다

냉장고에서 슬라이스 치즈 세 장을 꺼내
토실토실 불어있는 라면에 집어넣고
뜨거운 김에 저어서 비볐다

짙은 붉은색이던 쫄은 라면은
색이 옅어지면서 마치 크림치즈로
새롭게 요리한 것처럼
예쁘게 변했다

토실토실한 라면이
크림치즈로 요리한 파스타로
변신한 것이었다

맛은?
ㅋㅋ
라면보다 훨씬 고소하고
이국적인 맛이 났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일부러 라면을 푸욱 끓여서 쫄인 후
치즈를 넣고
<크림치즈라면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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