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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이타심에 대하여

[이타심에 대하여]                                                



  요즘 [용서]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인터뷰한 내용들을 정리한 책으로 작가 류시화가 번역을 하였다. 이 책의 주요한 주제는 자비와 지혜, 그리고 남을 용서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 평화, 그리고 세상이 서로 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의 개념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의 인격적 요체로써 이타심을 이야기한다. 

  이타심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정도로 이 단어는 일상생활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이타심이라는 말보다는 이기심이라는 말이 부정적 용어로 많이 쓰인다. 나는 이타심이라는 말이 생소하고 어색하게 들리면서 나에게 이타심이라는 개념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평생을 나 하나 제대로 세우기 위해 나에게 골몰하며 살아왔고 그래서 늘 나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정말 평생을 이기심으로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항상 남보다는 나에 대해서 먼저 생각했고, 남의 기분보다는 나의 기분에 대해 생각했다. 남의 불행보다는 나의 불행에 대해 먼저 생각했고, 남의 슬픔보다는 나의 슬픔에 대해 더 깊게 생각했다. 누가 나를 무시하는지에 대해 예민하면서 내가 남을 무시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나는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었던 거다. 그러니 언제나 삶이 위태로웠고 불안했다.

  이타심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나보다 먼저 남을 헤아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자신을 낮추는 법도 알게 되고 자신의 그릇이 어느 정도 인지도 깨닫게 된다. 나는 그것을 나이 예순여섯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평생을 이기심으로만 살아온 지금에서야. 내가 젊어서부터 이타심에 대해 생각하고 깨달았더라면 나의 인생은 훨씬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내가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상대방의 입장을 더 깊이 생각해 보고, 나는 다른 사람을 무시한 적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는 일. 내가 기분 좋을 때 상대방도 진심으로 즐거운지 살펴보는 일. 내가 화가 날 때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일. 내가 말하고 싶을 때 상대방도 말하고 싶지 않은지 헤아려 보는 일. 나에 대한 비난이 듣기 싫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었는지 되돌아보는 일. 이런 것은 이타심이기도 하고 자비심이기도 하다. 늘 다른 사람에 대해 살피고 헤아려 주는 일이 생활의 습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나처럼 이기적으로 살아온 사람에겐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하루하루 이타심과 자비심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나에게 기원해 보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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