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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Apr 12. 2024

천막식당의 선지국밥

성지곡수원지 입구에 아주 오래된 천막식당이 있다

천정이 야트막하고 넓이는 약 대여섯 평 정도인데

그 안에 주방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둥근 식탁이 네댓 개 정도 놓여 있다

식탁의 의자는 등받이가 없는 간이용 플라스틱 의자이다


영업을 하는 시간은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 까지라서

그 시간 이후로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감질맛이 나는 식당이다

영업을 하는 동안에는 천막의 입구가 활짝 열려져 있고

입구에는 커다란 국솥이 세 개가 놓여져서 

항시 입맛을 당기는 국물이 펄펄 끓고 있다 

주로 등산객들이나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아침 식당으로

메뉴는 딱 세 가지인데 시래기국밥, 재첩국밥, 선지국밥이다


낡은 식탁 위에는 다져진 청양고추와 마늘, 고춧가루와 소금,

그리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김치통이 놓여져 있다

원래가 천막을 치고 하는 허름한 식당이라

위생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고 허물없이 앉아서 국밥을 한 그릇 하기는

괜찮은 기분이 드는 식당이다

무엇보다 등산객들의 허기진 입맛을 끌기에 알맞게

가격도 착하고 아침에 뜨끈하게 먹기 좋아

나도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 가끔씩 천막 안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오늘도 오랜만에

산책을 끝내고 내려와 천막식당의 국밥이 궁금하기도 하고

옛 정취가 생각나 국밥집에 들렀다

내가 항시 먹는 선지국밥을 시키서 먹는데 왜 그런지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 걸까?

그때도 맛이 이랬었던가?

아무튼 국물이 뭔가 입에 착 붙지가 않는 것이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듯이 어설프게 느껴졌다

내가 입맛이 변한 걸까?


어쨌든 국밥을 나름 입맛 다시게 먹고 

나오면서 계산을 하는데 

국밥 가격이 예전보다 무려 2000원이나 올라있었다

나는 안 그래도 허전했던 입맛이 싹 달아나면서

요즘 물가가 무섭긴 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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