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삶-격리중
중국에 온 지 3주가 지났다.
구글 스케줄을 확인하니 격리 13일째까지는 카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기록이 없다.
2주간의 집중 격리 기간을 마치고 숙소를 두 차례 옮겼고 관찰 격리 기간으로 아직도 꼼짝없이 실내 생활 중이다.
갈수록 날짜와 요일에 대한 개념이 무뎌진다. 마지막 격리는 자가에서 하고 있어서 집중 격리 때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다.
아침이 밝으면 눈을 떠 뜨거운 블랙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낮에는 피아노를 치기도 책을 좀 읽기도 하고 어두워지면 저녁 식사 메뉴를 생각하고 후로 아이들 취침을 준비한다.
1주일 뒤면 격리 해제이다
이제! 드디어! 정말로!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의 중국 비자 유효기간이 소진된다. 여행으로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그때마다 길어도 1주일 내에 한국으로 귀국을 했었는데 한 달의 비자 체류 기간을 다 소진하면서도 다닌 곳이 없다는 사실에 코웃음이 나온다.
고수하던 긴 머리를 출국 직전 짧게 잘랐다. 격리 기간 동안 치렁치렁해질 긴 머리를 간수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미련 없이 잘랐는데 가족 외에 친구 지인들에게 새 머리스타일을 보여줄 새 없이 출국했다. 이곳에는 나의 예전 모습을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주변의 반응을 신경 쓸 일도 없고, 한 달 동안 실내 생활만이 예정되어 있어 결정하기가 쉬웠는데 그 사이 머리가 묶일 정도로 제법 자랐다.
출국 직전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PCR 검사는 중국 공항에서 또 호텔 체류기간 동안 진행되어왔고 지금까지 모두 8차례 진행되었다. 검사할 때 한 번이 아닌 두 번 검사를 진행하기도 해서 총 몇 번을 한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최종 격리 해제 때까지 PCR 검사가 몇 차례 더 예정되어 있다.
그간 아이들에게 코로나 검사는 어려운 것 아니라고 주지시키고 검사를 마칠 때마다 잘했다고 다독여주니 아이들도 PCR 검사라면 이력이 났다. ㅎ 피할 수 없으니 즐길 것 까지는 아니라도 받아들여야지.
격리 호텔에서의 휴가는 열흘이면 족했다. 제한된 실내공간에서의 생활이 3주째 이어지니 기운이 쳐진다. 신선한 공기를 맞으며 산책길을 걸어야 하는데 걷고 싶은데... 출국 직전까지 PT 받으며 열심히 근력운동을 해왔는데 '근력들아 너희들 남아있긴 하니?'
희망과 체념 사이를 무수히 오갔던 격리기간. 곧 바깥공기를 쐬며 자유롭게 거닐 날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에 휩싸인 요즘이다.
격리기간 동안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했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동지애를 느낄 만큼 아이들에게는 격리 시간의 고충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승조, 희의 지치는 않는 활동력 덕에 엄마 사람은 쓸데없는 생각을 덜 한 것 같다.
2021년 중국에서 맞은 연말연시는 평생 잊지 못할 거다.
그리고 곧 밝아 올 2022년 새해에는 소망이 있다.
승조, 희가 더 크기 전에 함께 대자연을 보고 느끼는 일도, 아름다운 것들을 나누는 일도, 함께 빈둥거리는 시간도, 생각을 나누는 대화도 내년 한 해에는 더 많아지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되길 소망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행복한 사람, 행복한 가정. 노력할 수 있는 부분에선 욕심을 내어보고 싶다.
2022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