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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학준 Jun 18. 2023

약간은 아쉬운 대안

23.06.18.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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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출간 순서대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먼저 읽고 <도둑맞은 집중력>을 나중에 읽었다면, 평가가 조금 달라졌을까? 분명 흥미로운 소재들로 가득한 책이지만, 결말 부분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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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알터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행위 중독을 유발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그 행위 중독이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주요한 이윤의 원천이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요청하는 대신 개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머무른다. 그것은 마치 흡연자에게 담배를 팔면서 금연 교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것이다. 큰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SNS, 게임과 같은 행위에 중독되는 것이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 문제가 아니며 "컴퓨터 화면 저편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사용자들의 자제력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임을 적절하게 지적하고는 있다. 또 중독이 단지 물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짚어낸다. 그래서 정책 수립 책임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아주 일부에만 중독성 있는 체험을 허용하고 건전한 행위를 유발하는 좋은 습관을 기르"기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토록 우리를 중독 상태로 쉽게 몰고가는 테크놀로지와, 중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적절하게 논의한 후에 대안을 개인의 '습관'에 한정짓는 태도는 무엇 때문인가? 왜 테크놀로지 기업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자신들의 플랫폼 위에서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기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지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도둑맞은 집중력>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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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단순히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신체적 체험에 심리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다."
"어떤 체험이든 그것이 심리적 고통을 덜어준다고 여겨지면 중독된다는 것이다."
"행위 중독은 파괴적인 행위라는 사실이 창조라는 겉모습에 가려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얻는 내용들도 물론 많다. 인간은 옛날에도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었으며,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중독된다는 사실이라든지, 테크놀로지 기업이 목표와 피드백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계속해서 향상될 수 있다고 부추기며 적당한 난이도를 제공해 성취와 좌절의 쾌감에 중독되도록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게한다.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에 어떻게 중독되어 가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에 중독되어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에도 유용하다. 특히 '게임화'(사실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중독은, 게임에 더욱 몰두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기법들이다)를 통해서 중독의 긍정적 활용을 논하는 부분은 어쩌면 좀 더 깊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날의 칼이라 해도 휘둘러 볼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가 지적하듯 모든 것이 게임화된다면, 행위의 동기가 잘못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행위를 게임처럼 즐기거나 점수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부족한 대안은 다른 책들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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