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여름 더위!
지루한 장마가 겨우 끝나고 절기로는 입추를 지나는가 싶었는데 태풍을 동반한 비가 바로 이어지는 꿉꿉한 날들이다. 갑작스러운 물폭탄으로 온 사방이 침수되는 와중이니 반짝 갠 날에 맞춰 여름휴가를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8월 4일 동해로 떠난 목요일 아침엔 비가 그쳤고 강릉행 양양고속도로는 막힘 없이 뻥 뚫려 있었다. 정체 없는 도로를 달려 산맥을 관통한 몇 개의 터널을 지나니 탁 트인 동해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장인어른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처가 부모님과 함께하려던 제주행을 급히 취소하면서 우리의 휴가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호텔과 리조트는 이미 예약이 찼고 천정부지로 올라있는 숙박비는 둘째 치더라도 묵을 만한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모두가 휴가인 극성수기에 우리도 대책 없이 이에 편승하는 입장이라 더욱 막막했다. 그래도 일단 동해로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강릉에서 일을 시작한 처형이 바닷가 근처에 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처형이 방 하나를 내준다기에 현지인 분위기로 이틀을 지내기로 마음먹었고, 서울의 우리 집엔 처형의 아들이 머물기로 했다. 두 가정이 서로 집을 바꿔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 격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숙소를 해결했으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12시 전에 주문진항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음식점엘 찾아 들어갔다.
점심을 주문하려는데 이미 점심 식사 예약 마감이라며 더는 손님을 안 받는다고 했다.
‘아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생각하다 바로 근처에 있는 밥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선구이보다는 다른 걸 권하기에 오징어 볶음과 돼지불백을 주문했는데 바닷가라 그런지
해초류의 밑반찬과 요리되어 나온 오징어의 육질이 두툼하고 쫄깃한 것이 감칠맛 났다.
짭조름한 바다 미역과 멍게 생선류의 풍미가 식욕을 자극하며 몸으로 흡수되고 보니 태평량의 바다 기운이 지친 몸의 기운을 보해주는 느낌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배를 채운 후 주문진에서 명진 연곡 사천진 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닷가의
전경을 감상하며 어떤 장소에서 물놀이를 할까 살폈다. 바닷가 해변이라지만 한낮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인 뙤약볕이라 해수욕을 감행한다는 것은 피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바로 바닷가에 가서 풍덩 뛰어들자고 재촉하는 딸을 진정시키며 태양도 힘을 잃을 오후 4시에 맞춰 사천진 해변으로 걸어 나왔다. 모래알이 유난히 굵고 파도가 제법 센 편인 해변은 파란 물이 넘실거리고 바다도 바로 깊어지는 곳이었다. 딸에게 구명복을 입히고 해변가에 튜브를 1만 원에 빌려서 태워주었다. 해수욕은 6시까지고 두 시간을 알차게 물놀이했으니 아깝지 않은 지출이다. 길게 이어진 바닷가에서 한적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고,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가 마스크를 벗어버린 해방감과 바닷물의 시원함에 환호성을 질렀다.
다음날엔 영진해변으로 옮겨 오후 수영을 즐겼다.
딸도 해가 따갑지 않은 늦은 오후 시간이 피부에 부담을 덜 주고 물놀이에도 적합하다는 것에 수긍이 가는지 낮의 뜨거운 시간을 카페에서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수제 햄버거로 점심을 먹을 때에는 패스트 프드점의 그것과 맛과 내용물 퀄리티의 차이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우치며 신기해하는 모양새였다. 낮에는 집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좀 누워있다가 바닷가 주변 숲을 거니고 해변이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드디어 오후 4시가 되면 비로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몸을 맡긴다. 한적한 시간 영진해변의 모래는 더 곱고 해안의 길이는 넓었으며 해수면도 잔잔해서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매우 적합했다. 튜브를 빌리는 가격도 5천 원이라 더 저렴했다.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차지하려면 베드와 파라솔 사용료를 내고 앉아야 하지만 우리는 튜브를 빌리고 아내는 자그마한 우산으로 햇살을 피했다.
연이틀 바다에 몸을 맡기니 딸도 제법 물에 익숙해졌는지 한결 편안하게 바다에 몸을 맡겼다.
미역과 해초들이 떠다니는 것을 따서 만지고 바위에 붙어 있는 어린 조개류들을 손으로 문질러 본다.
펼쳐진 하늘과 푸르른 바다의 에너지로 사람들이 차분한 평화를 얻어가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바다에 나와 물에서 노닐면 물의 압력과 차가움 때문에 내 안의 염분을 내보내고자 하는 자극이 강해진다. 이곳이 인공적인 물놀이장이나 수영장도 아니고 대자연이 지닌 짠 바다의 자정능력이 뛰어나니 나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잠시 따뜻한 느낌은 이내 차가운 바닷물에 겹쳐져 밀려나고 희석되고 바닷물이 되었다. 해변도 여유로웠고 사람들도 적당한 거리와 숫자여서 모든 것이 쾌적했다.
외지 바닷가에 놀러 왔으니 횟집에서 음식을 시켜서 거하게 먹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때는 이웃집 뱃사람이 잡아온 고기라며 맛보라고 건네고 간 물고기 한 마리를 구운 것이 그렇게 맛 좋을 수가 없었다. 장 봐온 새우에 주꾸미 오징어를 잔뜩 넣고 끓인 라면에 만족도가 더 높았다.
사실 어떤 장소에서 휴가를 보냈느냐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랑들과 함께 편안한 맘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처형 덕분에 강릉에 머물며 현지인처럼 동해안에서의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혼자만의 휴가를 잘 즐긴 조카가 이틀간 자기 시간을 잘 가졌노라며 감사를 표했다.
동해의 맑은 물에 마스크를 벗어젖히고 몸을 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와 감격이 이는 휴식이었다.
이제 더는 여름 더위에 지치거나 탈진되지 않기를 작정한다. 입추도 지났고 가을이 다가왔음을 상기하면서 차분히 결실을 맺을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나는 일을 할 테니 일감이 몰려오기를 고대해야지.
물놀이할 때 소변이 자주 마려운 이유
1. 수영장이나 바닷물 온도가 신체보다 차갑기 때문이다. 주변 온도가 낮으면 인 체는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체의 표면 쪽 혈액량을 줄이고 몸의 중심부로 혈액을 보내게 되는데, 혈액량이 늘어난 신장은 여분의 수분이 생긴 것으로 인식해 수분을 배출하기 위해 소변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2. 물이 몸을 누르는 압력으로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신체는 올라간 혈압을 낮추기 위해 수분이 모자랄 때 혈압을 올려주는 항이뇨호르몬(vasopressin) 물질을 억제시켜 신장에서 수분을 포함한 염분의 배설을 촉진시킨다.
출처: hi doc 건강의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