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이상한 친구들

by 준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즐거움이 배가되는 때는 고래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해 벽에 가로막혀 있을 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고래 씬에는 새로운 반전과 전환으로 희망을 예고한다. 역동하며 포효하는 고래의 역영도 멋지지만 그런 찰나의 깨우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우영우의 표정도 즐겁다.


재미를 배가하는 감동의 포인트를 하나 더하라면 단연코 우영우의 친구를 꼽겠다.

최수연은 우영우의 표현대로 ‘봄날의 햇살’과 같은 친구다. 멀리서 지켜보고 영우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 어느 틈에 나타나 그를 말없이 살핀다.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고 있는 친구를 지나쳐가지 못하고 밥 먹었냐고 말 걸어주면서 챙겨며 같이 식사한다. 행여라도 누군가 영우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서 적극적으로 나서 친구를 변호해 준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성적 좋은 애들은 다 대형 로펌으로 인턴 나가서 졸업 전에 입사 확정받아. 근데 너만 정작 학교에서 1등 하던 너만 아무 데도 못 갔어. 그게 불공평하다는 거 다들 알았지만 그냥 자기 일 아니니깐 가만히 있었을 뿐이야, 나도 그랬고......

우영우: 아무래도 나한테는 자폐가 있으니깐......

야! 장애인 차별은 법으로 금지돼있어.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무슨 수로 왔든 늦게라도 입사한 게 당연한 거라고.”


모두가 색안경을 끼고 친구를 몰아갈 때에는 더욱 큰 소리를 내어 주변 사람이 들으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런 잔잔한 정의로움이 내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물론 동그라미와 이준호 씨는 말할 것도 없고 “내 생각이 짧았네”라며 자신의 편견을 바로 시정하는 상사 정명석도 멋지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나는 한 친구의 돌봄 역할을 맡았다.


J는 나와는 동갑으로 상당한 재력을 지닌 주인집의 아들이었다. J의 아버지는 인근의 땅과 건물에 수많은 세입자를 두고 있는 지역 유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지체장애를 가진 J는 훤칠한 외모와 손색없는 체형을 지녔지만 지적 발달이 더뎠다. 아니 말을 할 줄 몰랐다. 그래도 학령기가 되어 학교에 진학해야 했기에 J엄마는 우리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나에게 그의 케어를 맡겼다. 이미 학교에 말을 해두어서 같은 반에 배정받았고 나는 그의 짝이 되어 등하교 길을 함께 했다.

한 학기 동안 그와 같은 반에서 동고동락을 했지만 그의 인지 발달과 친구와의 교우관계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대화가 안 되니 오해가 싸이면서 반 친구들과의 갈등과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결국 한 학기만을 마치고 J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다음 해에 한 학년 동생의 손에 이끌려 다시 초등학교 1학년을 다녀 보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후론 J를 잘 보지 못했는데, 특수학교를 다녔는지 집에만 머물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와 한 학기를 붙어 다니면서 나는 다른 친구를 사귈만한 여유가 없었다. 손을 꼭 붙잡고 차를 피하고 친구들과 행여라도 분쟁이 생길까 봐 조심스럽게 배려하며 함께 놀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했다. 이동을 할 때에는 그의 동선을 신경 쓰고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을지 미리 생각해야 했다. 행여라도 친구들과 문제가 생길 때에는 J가 실수를 했을지언정 고의로 나쁘게 행한 한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그를 변호했다. 말을 못 하는 친구를 위한 최소한의 항변이면서 적어도 J의 마음은 어린아이의 순수함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음을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세 들어 사는 주인집의 아들이기 이전에 한 동네의 친구였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친구였다.


그러던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시간이 훌쩍 지난 후인 20대 초반이었다.

그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자 J는 반갑다는 표현으로 겅중겅중 뛰면서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안부 인사를 드렸고 처음 보는 그 여인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J는 그 옆에 선 여인과 혼인을 했단다.

참하고 앳되게 고운 비장애인 여인이 어떻게 지체장애를 가진 친구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

반가움에 동반된 궁금증은 들리는 소문으로 납득할 수 있었다.

고아로 자라난 여인을 들였다는 말과 며느리로 맞으면서 큰 재산을 그 집안에 떼어 주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타당한 설명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세상은 J와 같은 친구들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우호적이지도 않으며 만만하지도 않다. 우영우를 둘러싼 봄날의 햇살 같은 친구나 법적 제도장치를 찾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J 부모님이 지닌 재력이 아니었다면 그런 케어가 가능키나 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더 이상한 친구들의 정의로운 용감함에 감동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하게 장애와 가난과 편견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더 훈훈한 온정으로 다가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진 자는 값비싼 차량일지언정 차오르는 물속에서 버리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반지하에 갇힌 사람은 탈출할 힘도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세상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하나의 공간이다.


여전히 J가 잘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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