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학과를 개설할 수 있을까?

worldmission-secondary-schoo in Rwanda

by 준구

르완다에 계신 선교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르완다 교육당국에서 한인 선교사가 세운 현지고등학교에 ‘미디어학과’를 개설해서 영상제작 실무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왔단다. 미디어 교육과 영상제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르완다의 공교육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하고 대처가 빠른 사립학교에 시설 세팅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전문인 사역자로 르완다에서 학교 운영 전반을 맡고 계신 선교사님은 이 요청사항에 답하기 위해 내게 급히 자문을 구하신 것이다.


일단, 르완다의 고등학교나 대학의 미디어학과가 보유하거나 세팅하고 있는 장비와 시설규모를 파악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특성화 고교인 “영상고등학교”와 “미디어 고등학교” 들이 있어서 이곳의 커리큘럼과 시설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를 참고해 보시라고 말씀드렸다.

한 차례씩의 서신과 통화를 주고받으며 시설 세팅과 교수진의 충원 방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스튜디오 세팅과 카메라 및 편집 장비에 관해서도 여러 학교를 참고하며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 나갔다.


장비의 수준을 어디에 두고 세팅할 것인가에 고민이 많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첨단을 걷는 생활 수준과 인프라 속에서 살아가지만 아프리카의 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적정기술과 수위에 맞게 세팅하지 않으면 오히려 최고의 기술과 장비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고등학생에 맞는 기자재라면 전문가용 급의 첨단일 필요는 없고 중급 보급용 정도의 기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작은 스튜디오에 유튜브로 생방을 보낼 수 있는 중계용 포맷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카메라 4대와 편집장비 비디오 중계 장비와 오디오 조명과 연결 케이블 장비 등으로 주요한 윤곽을 만들어갔다.


이를 위해서 선교사님의 니드를 현실화해낼 후원팀을 만나고 개발해내는 것이 급선무다.

어려운 나라는 돕는다는 취지로 정부의 ODA 자금을 얻을 수만 있다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잘 모르는 프로세스이고 그 과정을 통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우선, 장비의 수준을 정리했으니 자원 조달에 뜻을 같이할 후원자를 찾는 것이 다음 과제다. 고민을 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KY교회를 떠올렸다. 국내건 외국이건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팀을 꾸려 봉사단원과 장비를 보내어 세상을 섬기는 교회다.

그 교회의 지교회를 섬기는 목사님과 친분이 있어서 바로 안부를 겸한 만남을 가졌다.

르완다 선교회의 사정을 들으시고는 교회의 창고를 보여주시겠다며 나를 안내하셨다.

창고 문이 열리니 헬맷과 산소통 응급구호물자와 이불은 물론 오디오 콘솔과 스피커 장비 및 오디오 라인들이 가득했고 목공 작업 등이 가능한 시설 대가 놓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당장에 누군가를 돕고 구호하는데 투입될 장비와 물자들이 비축되어 있었고, 선한 누군가는 기꺼이 물품을 후원하고 있었다.


지난달에도 케냐에 있는 선교사님의 요청으로 예배당 하나를 꾸밀 오디오 장비를 세팅하고 보내느라 성도들과 함께 애를 썼다고 했다. 스피커의 위치와 오디오 콘솔의 자리, 연결 라인의 길이를 재고 맞춰서 설계도면을 그려, 그대로 조립하라며 컨테이너에 물품을 실어 보냈다고 했다.

현지에서는 귀하고 비싸서 구입이 어려운 망치와 톱과 드라이버 등의 장비 일체를 동봉했다.컨테이너 비용만도 1000만 원이 들었는데 보이지 않는 성도들의 수고와 헌신 봉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5만 불에 달하는 장비 재원 조달은 매칭펀드의 형식으로 선교회가 2만 불가량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교회가 후원을 이끌어 내어 마련해보기로 했다.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는 것이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것인데 이를 흔쾌히 해 보겠노라고 말씀하시는 목회자의 결단에 자뭇 놀랬다. 나야 두 기관을 연결시키는 심부름 역할이지만 이렇게 추진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동되었다.

교회에서도 후원을 일으키려면 두세 달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맞게 설계도를 그려서 장비를 구축하는 데도 전문가들의 수고가 요구된다. 그 다음엔 어떤 방법으로 보내고 그 비용은 또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산 넘어 산으로 해결할 문제가 여전히 많을 것이다.

학교 지원 장비라 관세를 적게 매기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가만해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그냥 몸으로 뛰어들어 현지에 나가는 것이 더 빠르고 맘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올 하반기에는 장비를 세팅하고 내년 초부터는 강좌를 개설한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리라 믿고 싶다.

배움을 향한 열망과 이를 긍휼히 여기는 손길들이 세상을 비출 것이라 확신하고싶다.


나 역시 르완다의 청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15384556_1383102588367120_7863150541512059738_o.jpg 20017년 영상제작실습




keyword
이전 07화동해안에 몸을 담갔으니 여름은 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