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교회에서의 주일
서울의 노원구 상가교회에서 경기도 포천의 숲으로 터전을 옮긴 나의 교회로 가는 길에는 벼가 익어가는 농토가 있다. 포도 산지로 유명한 포천의 포도밭과 공장지대와 몇 개의 호수를 지나면 산 아래에 한적하게 자리한 예배당과 텃밭이 나타난다. 전통적인 농촌 마을과 멋지게 꾸며지는 전원주택들 사이에는 농지와 캠핑장이 자리하며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도 있다.
장마로 인해 늘어난 수량은 개울을 계곡처럼 바꿔 놓았고 전나무숲에는 한가로이 늘어진 그네가 걸려있다.
교회 앞 나의 텃밭에는 장맛비로 작물보다 더 높이 자라난 잡초가 무성하니, 예배 후엔 밭이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내내 자기 집에 감금되어 있던 진돗개 봄이 여름이와 청남이는 산책을 나가 달라고 아련한 눈길과 끙끙대는 움직임을 이어간다.
이제는 힘이 달려서 녀석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뜀박질당하는 산책이지만 깨달음을 주는 운동을 강요당한 기쁨이 크다. 자기의 공간을 더럽히지 않고 대변과 소변을 여러 차례 분산해서 꽤나 넓은 지역을 나눠 고르게 배설하며 자기의 영역을 표시하는 진돗개의 영민함을 배운다.
'새로운 장으로 옮겨 왔으니 더 의미 있는 사역들을 펼쳐갈 동역자가 필요한데
사람들은 모이기가 어렵고 청년들은 줄었으며 청소년은 증발되어 아이들 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요한 중에 전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흐르는 물소리의 힘찬 역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려는, 초대교회의 가치와 브루더호프의 공동체 정신을 실천해 보고자 하는 모색과 몸부림으로 우리는 이곳에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우리 스스로 그릇된 집단은 아니라고 말하는 표식인지는 몰라도 이보다 더 근원적으로 그리스도인이란 어떠한 신앙과 가치로 살아가는 사람들인지를 드러내고 싶었다.
우리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하나님의 섭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사랑과 성령의 인도하심이 공동체의 성숙과 역동으로 인도하실 것임을 믿는다.
우리 교회는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우금리 9번지에 위치한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
“섬기는 교회”입니다. 아직 완벽한 형태의 교회는 아니지만 초대교회의 정신을 이 시대에 맞게 구현하며 살기를 원하는 신앙의 동역자들을 기다립니다. 저 역시 전임 사역자는 아니지만 만인 제사장의 정신과 의무가 부르심을 받은 모든 이가 견지해야 할 책무로 여김이 마땅한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종교인은 자기 믿음에 합당한 삶과 책임을 지며 살아갈 때 더욱 진중한 인생을 사는 것이며 그 무게감이 곧 묵직한 다름의 격조라 생각합니다.
함께 신앙을 논하고 기도하며 우리의 물질과 시간과 헌신으로 이웃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품고 섬기고 나누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스도교의 가치와 정신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가 회복되어 공의와 정의가 하수처럼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동지와 동역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그리운 시절인 것 같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다” 는 예수님의 말씀에 담긴 깊은 탄식과 안타까움이 절절히 전해옵니다.
코로나라는 외적 요인을 통해서 그동안 교회라는 조직의 허약한 믿음과 느슨한 고백적 연대의 허상이 유감없이 노출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목회자와 평신도의 신앙적 매너리즘이 종교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에도 크게 일조했음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거대 담론을 그리스도인의 가치에 맞게 하나씩 정립하고 신앙의 스펙트럼으로 담지하는 노력은 작은 교회라고 등한히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건강한 작은 교회들이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개울의 물살이 계곡의 물소리로 바뀌니 깊은 울림의 진동이 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같아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물살에 이끌리듯 홀려서 생각나는 마음을 적어 봅니다.
"섬기는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품고 예수님의 제자 된 삶을 살기 위해
공동체 생활 문화를 실천하려고 모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함께 모색하며 자라나기를 원합니다.
도심의 분주함을 벗어나 자연의 영성을 모색한다면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