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께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저는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by 준구

제가 아프리카 대륙을 처음 방문했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3년이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르완다 우간다 탄자니아 콩고 그리고 잠비아 모잠비크 말라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제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아프리카 국립공원의 드넓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동물을 보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아름다운 역동을 느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21세기의 첨단을 살고 있는 도시 문명의 아프리카 사람들과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모닥불을 피워서 밥을 해 먹고 온종일 걸어서 물을 길어 먹느라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는 원시 문명을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목격했습니다.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잘 닦인 도로와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해서 끝도 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삶이 아리도록 시리게 제 맘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신발이 닳을까 봐 맨발로 다니다 남이 볼라치면 얼른 고무신을 내려서 신고 다니고, 옷과 양말을 꿰매고 때우다 이제 더는 천이 버티지 못할 지경으로 의복을 입었던 우리의 과거를 현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과 인간애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이들 곁에는 그들의 친구와 이웃이 되어 학교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며, 전쟁으로 인한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기술을 가르쳐 자활을 돕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병원선과 병원을 세워 어려운 현지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며 건강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선한 사람들의 용기와 헌신을 근거리에서 취재하면서 저는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는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과 공간에 서 있기를 기원하며 꿈꿔왔습니다. 그 연결 선상에서 2008년에는 1년간 미국의 OMSC (overseas ministry study center) 세계선교연구기관에서 여러 나라의 선교사와 목회자를 만나 기독교 역사와 성경 그리고 선교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고 언어에 대한 도전도 받았습니다.

2012년에 대학원에 진학할 기회를 얻은 것은 직업적으로 익숙한 영상제작을 이론적으로도 잘 뒷받침해서 가르칠 수 있도록 훈련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는 르완다의 고등학교에 가서 영상제작을 가르칠 수 있었고 그때 그 학생들의 배움에 갈급한 눈빛을 늘 가슴에 안고 그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백업을 해결하기 어려운 전문인 사역자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못 찾다가 이번에 코이카-NGO봉사단으로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그분의 인도하심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나이 제한에 걸리고 이런저런 제약에 자유롭지 못했는데 조금 완화된 상황에서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선교 현장에서 만났었고 닮고 싶었던 사역자들이 예기치 않게 먼저 하늘나라로 간 것도 제가 결단을 앞당긴 이유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미루거나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세가 바로에게 나아갈 때 두려움이 엄습했던 순간이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바라고 염원했던 일이지만 자녀와 아내 열로 한 부모님 섬기는교회와 터전을 남겨두고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단은 아니었습니다. 모세를 도와 그의 입이 되어 준 아론이 존재하지 않았 다면 그가 바로 왕 앞에 설 수 없었던 것처럼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동역자들이 필요했습니다.

섬기는교회 식구들이 저의 믿는 구석이 되어 주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에 백반증이 심해져서 얼굴이 얼룩달룩한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불편한 모습으로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없으니 온전케 해달라고 기도했고 치료를 받으면서 급속히 회복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그분은 저를 치유하셔서 깨끗한 모습으로 아프리카의 친구들에게 보내주시겠다는 사인을 제게 보이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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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시간을 빌어 저의 중보자이며 아론으로서 함께 기도하고 마음과 물질로 동역해 주실 섬기는교회의

교인과 믿음의 가족들에게 감사와 신뢰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사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해 나갈 때 이를 통해 심히 기뻐하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성도들이 되시길 소원합니다.


각자가 선 자리에서 소명에 충실하고 성령의 충만함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기쁨 가득한 2023년 되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PS: 눈을 보기 어려운 우리의 겨울 풍경을 만끽하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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