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이트와 당근을 뒤지느라 애쓴 날

카메라 구입은 어렵다

by 준구

하루 종일 당근을 뒤지고 중고장터를 서핑하느라 정신없었다.

자금에 맞춰 DSLR로 꾸릴 것인가 앞으로의 추세에 따라 미러리스를 선택할 것인가부터 혼란스러웠다. 직장에 소속됐을 때는 고가의 하이엔드 방송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서 굳이 개인 장비를 소지할 필요를 못 느꼈는데, 이제 그만한 캠코더나 카메라를 소지하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캠코더로 사자니 스틸 촬영이 아쉬워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로 구입하고자 마음먹는다. 그다음 선택은 캐논이냐 소니냐가 딜레마다.


그간 캐논 5D로 동영상을 촬영해왔으니 캐논의 색감과 조작에 익숙한데 소니 미러리스를 사용하는 동료는 이런저런 이유로 소니 제품의 기능과 퍼포먼스를 칭찬한다.

영상의 퀄리티는 제품의 가격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지만 조금 무리할 것인가 가능한 선에서 멈출 것인가가 관건이다. 실상 새 제품을 사는 것은 가진 돈이 허락지 않고, 외국에서 혹시 모를 도난이나 불미스러운 상황에서라도 아쉬움이 덜 하려면 중고가 더 마음 편할 것 같았다. 새것 같은 중고라면 금상첨화인데 카메라 바디는 어렵사리 발견했으나 렌즈는 중고도 드물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렌즈는 새것으로 사기로 하고 바디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를 만나러 강변역으로 향했다. 먼저 문자로 제품의 구입이 가능한지를 타진해 보았고 약속장소를 잡으며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수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소니 라인업에서 하이엔드 급으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용이었지만 이래저래 조금 무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약속한 장소로 이동하면서 소니 사용자 피디에게 내 선택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안부를 겸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나의 선택이 조금 아쉽다며 그 윗 기종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해준다. 배터리가 조금 작고 오토 포커스가 아쉬워서 그것을 개선한 그 윗 기종이 가성비 있는 선택일 것이라는 말이다. 순간 아차하는 마음과 너무 현재 예산에 맞춘 선택이라는 불안이 스쳤다. 그래도 거래의 약속을 잡아서 이동하는 상황이라 계약을 파기할 수 없어서 조심스레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변역에서 만나자는 것을 보니 테크노마트에 적을 둔 사람이라 내놓은 기종 외에도 다른 것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럼 두 가지 기종을 다 가지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강변역 4번 출구에서

우리의 만남은 이루어졌고 가격을 더 지불했지만 동료가 추천한 그 기종을 드디어 손에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르완다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서는 크롭바디의 중급 기자재로 꾸렸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만이라도 풀프레임의 전문가용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만약 현지에서 영상을 제작할 일이라도 생기면 여기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퀄리티가 나와줘야 했다.

본체와 렌즈를 해결하고 나니 부수기재를 추가해야 한다. 배터리와 충전기 건마이크와 SD카드를 하나씩 구매하려니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품이 비싸서 다른 대체품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왠지 탐탁지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정품을 구입하게 된다. 생각한 예산을 초과하자 근본적인 물음이 일었고 힘이 빠졌다.


마침내 개인적으로 가져본 적이 없었던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전에 새 카메라를 장만해서 동유럽에 갔다가 눈앞에서 강도를 만나 빼앗기고 나서는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작동했다. 회사 카메라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소유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엔 장만해야만 했고 가져가서 가르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선택만이 주어졌다.

투자를 한 셈이다.


나의 자녀를 남겨 두고 타국의 아이들을 가르치러 떠난다.

방학을 맞아 하릴없이 집안에 있는 아이를 보니 잠시 나의 선택이 흔들린다.

아이들을 당신께 맡기며 의뢰한다.

도울 수 있는 자가 돕고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나 역시 더 절박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향해

내 마을을 고정하려고 한다.


막상 떠나려니 여러 갈래의 생각들에 휩싸인다.

그래도 인생의 어느 시점엔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었다.

좀 더 겸허하게 기도할 수밖에 없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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