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 도착하고서 먼저 한 일이 은행계좌를 개설한 것이고 이어서 인터넷 설치 신청을 했다. MTN모바일 머니로 비용을 선 결재하면 설치기사가 와서 세팅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liquid통신회사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시내에 있는 본사와 연락을 해서 찾아가 보니 나의 MTN머니는 이미 빠져나갔는데 그것이 통신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빌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어 의아해했다.
아직 르완다의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다.
나의 숙소로 정해진 아파트에 당도하니 사용할 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충전하라고 한다.
낯설지만 MTN 모모머니로 한 달가량 사용할 전기 100K를 사서 지불하니 그 가격만큼의 전력이 충전되었고이는 계량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계를 조작해서 수치를 집어넣는 수고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도나가 해주었다. 처음 아파트에 들어오니 온통 어두 침침한 게 사방에 전구가 다 나가서 갈아야 할 것이 대부분이었다. 성격 좋은 도나에게 요청을 했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실내를 밝힐 수 있었던 것도 온갖 물자가 귀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다.
전기계량기
구비된 식기들이 있지만 온통 이가 나가고 빠져서 한국이었다면 당장에 버렸을 물건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쉬이 버릴 수가 없다. 아내의 역정에 어쩔 수없이 가방에 넣어온 플라스틱백과 비닐봉지는 음식이 남는 것을 담아서 보관하는데 여간 유용한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한두 번 쓰고 버려졌을 비닐이 다시 씻겨지고 말려져서 여러 번 쓰이는 실정이다.
키갈리 시내라 물공급은 잘돼서 수도꼭지를 틀면 세면대와 개수대에서 물이 쏟아진다. 아프리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획기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전에도 물이 안 나왔던 것은 아닌데 화장실마다 큰 다라를 두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는 쉽게 단수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만으로도 키갈리는 엄청난 발전이 진행되는 중이다.
이가 나간 그릇
지금까지 있으면서 저녁때 단 한 번의 정전을 경험했을 뿐이다.
저녁 7시쯤에 전기가 나가서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들이 상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었다. 다행히 밤 11시쯤 복구되었지만 그래서라도 더욱 전기를 아끼려 노력한다. 되도록 태양빛에 의존해서 글을 읽으려 하고 웬만한 어둠에는 불을 밝히지 않는다. 이곳저곳에 등을 켜지 않고 한 공간만을 밝히는 편이다. 이런 형편이니 점점 근검절약이 몸에 뵈고 있다.
처음으로 압력솥에 밥을 지어먹고, 남은 밥은 잘 담아두고 눌은밥으론 숭늉을 만들어서 마신다.
서울에서라면 방치되었다 버려지는 채소와 음식물이 가득이었다면 여기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알맞게 사서 싱싱할 때 조리를 한다. 미역국도 끓여 보고 된장찌개와 야채 볶음도 해서 반찬을 만들어 뒀다. 찐 계란 간장조림은 요리도 아니다. 서바이벌 수준의 시도지만 아내가 음식을 할 때 눈여겨본 경험과 인터넷만 찾아보면 나오는 친절한 조리법으로 영양부족을 겪지는 않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과 과일 육류는 터무니없이 가격이 싸고 착하다. 바나나 오렌지 콩 사과를 한 아름 사고도 우리 돈으로 만원이 넘지 않는다. 소고기도 800그램을 사서 여러 등분으로 나눠 분리해서 보관해 두었는데 단돈 만원도 지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싼 것은 아니다. 자국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산품은 해외에서 들여오는지라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지불하는 값과 다르지 않다. 그런 이유에서 선뜻 사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한화 6천원의 가치
차량은 7할이 일본차고 현대기아가 2할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도로에 많이 보인다. 싼타페와 투산 쏘렌토 등이 눈에 띌 때면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구나 하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차량의 가격은 고액의 세금이 추가되니 차량값 + 70%가량의 tax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특권층만이 자가용을 몰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차와 오토바이가 넘쳐나는 추세다. 기름값은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 나는 당연 뚜벅이이고 여럿이 모이면 택시를 탈까 보통은 오토바이 모토를 이용해서 이동하고 있다.
너무 먹고사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의 생활도 점차 익숙해지는 중이다.
오늘은 미디어를 담당하는 루키선생님의 수업에 들어갔다.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은 전국이 공통이라 기본적인 교과내용을 웹상에서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한다. 교과서로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다운받은 것을 프린트해서 교사가 사용하기에 당연히 학생들에게는 텍스트가 없다. 많은 시간을 칠판의 판서로 할애하고 있었다. 어제는 교감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본 커리큘럼 외에 내가 가르칠 내용을 어떻게 적용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활용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내가 왔다가 떠나더라도 그 교안이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에 잠겼다. 브런치의 한 부분을 여기서 가르칠 내용으로 정리해서 올리면 나중이라도
학생들이 접근해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교안을 영어로 정리해야 한다.
5월에는 유스 예배 때 말씀을 전하기로 했다. 선교사님의 설교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도 있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득력 있게 복음을 증거 하는 것도 내게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제2외국어인 영어가 나의 모국어처럼 혀에 착착 감기고 표현하고 싶은 말들을 척척 입에서 쏟아내야 한다.
매일 영어성경을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영상제작책을 재차 반복해서 속독하는 중이다.
교정에서 지나치던 학생들이 내게로 와서 묻는다.
"선생님 언제 저희 교실에 들어오실 거어요?"
학생들이 나를 반기며 기다리는데, 더 잘 준비해서 그들과 만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오겠다던 인터넷 설치기사는 또 뭔 사고가 났다며 다시 내일 오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