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리포트
자주 다니던 동네 마트에 물건이 좀 비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문을 닫았다.
동네에 큰 식자재마트가 들어서고 손님이 대거 빠지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오랫동안 한 곳을 지키고 있어서 주변의 단골과 배달고객도 많았는데 예고도 없이 장사를 접었다. 주인 내외의 바지런함과 친절만으로는 고객을 잡아둘 수가 없었다. 전에는 신선한 청과물이 널려서 가격대에 맞게 고를 수 있었고 정육코너의 육류도 다양했는데 경쟁에서 밀리자 상품도 시들어갔다. 진열대의 상품이 비는데 빠르게 채워지지 않았고 점원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드는 기미가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점포가 싹 비워졌다.
그동안 부지런히 싸았던 구매 포인트를 활용도 못한 채로.
동네 마트를 경영하는 오너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몇 미터 앞에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대규모 식자재마트가 생겨 단골마저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살갑게 지냈던 이웃 단골이라도 같은 물건을 더 싼 가격에 구입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인지상정이었다. 더구나 쿠팡 같은 배달서비스를 사용하는 가구가 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위기를 겨우 버텨온 셈이었다.
마트 주변에는 GS와 CU편의점도 있어서 24시간을 운영하는 그 점포와도 시간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규모에서는 식자재마트와 상대가 안되고 개별소비자의 편의에 있어서도 24시간 편의점에 대적할 수 없었다.
매장이 텅 비워지고 며칠간 내부 수리에 들어가더니 오늘 떡하니 간판이 걸렸다.
그 자리에 CU편의점이 들어선 것이다. 바깥의 커다란 간판에 산뜻한 형광등 불빛 아래로 세련되게 진열된 물건들로 즐비했다. 즉석식품을 조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갖춰놓아 학교를 마치고 하교하던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그득했다. 동네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 잡았던 편의점이 크기가 두세 배는 더 컸던 동네마트자리를 접수해서 더 번듯한 위치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아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한번 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편의점이 입점해 있던 건물의 1층이 비어 임대한다는 게시로 도배되었다.
사무실이 위치한 종로만 봐도 큰 도로 옆으로 텅 빈 점포가 즐비하다. 한때는 자리가 좋아 서로 들어와 장사하려고 탐내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임대료 내는 것도 버거워 공실로 남았다. 코로나 이후로 아예 오랫동안 주인을 못 찾는 공간이 늘고 있다.
세대와 삶의 패턴이 변하고 산업 전반이 바뀌니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하다기보다 당연하지만 좀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있고, 식자재마트가 생겼으며 쿠팡과 알리바바 등의 배달서비스가 건재했다. 골목상권의 24시간을 지키는 편의점도 저력이 있었다. 여백과 틈새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차단된 순간 동네마트는 사라진 것이다. 골목 상점의 변화로 느끼는 경제의 나비효과.
빼곡히 들어선 빌딩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공원과 숲이 진가를 발휘하는 건 그곳이 주는 여유와 휴식 때문인 것 같다. 개인의 삶이 좀 넉넉하고 여유로웠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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