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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Apr 02. 2024

부음을 접하며 삶을 되뇌인다

남겨진 자의 기억

주변 어르신들의 부음을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한 겨울을 잘 나셨는가 싶었는데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큰 기온 차이를 몸으로 이겨내는 것엔 어려움이 따르는가 보다. 추위가 겨우 누그러들면서 따스한 기운이 피어오르지만 생의 한계 앞에서 맞는 변화엔 속수무책이다. 천수를 누리면서 자녀와 후손을 남기고 미련 없이 이승을 등지는 죽음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는 경우를 본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돌아가신 분의 삶이 어떠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유족의 표정과 태도에서 고인의 삶을 유추해 본다. 누군가의 아내이며 남편으로서 자녀들의 아빠와 엄마로서, 손녀와 손주에게 남겨진 기억은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론 예기치 못하게 빨리 생을 마감하면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큰 충격과 아픔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가 없다는 말을 더러 사용하는데 정말 딱  들어맞는 예다.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자식을 바라봐야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죽음이 있고, 손 위의 형제자매 보다 먼저 가는 동생의 이별도 있다. 평생을 같이 했던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의 죽음엔 또 얼마나 큰 상실감이 따르는지, 

남겨진 자는 먼저 간 사람을 애달파하며 그리움으로 외로움을 견딘다. 

함께 살면서 부드럽게 말하지 않았고 한 번이라도 더 표현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후회하면서 안타까워한다. 나 자신이 그때 더 성숙했더라면...... 죽기 전에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좀 더 지혜롭게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미련을 서로에게 남기고서......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로 부여잡고 살았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선 허탄하고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뒤늦게서야 깨닫곤 한다. 그 욕망의 바벨탑을 향해 망무가내로 심취되어 주변의 관계망이 삐걱대기 시작했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감정이 상하고 대화가 단절되어 교감 없는 고립의 상태로 악화된다. 

스스로는 바벨의 정점에 이르렀다 안도하며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미 주위에 사람이 없는 상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육체적으로는 힘을 잃어간다는 얘기고 연약해진다는 사실이다. 왕성했던 때와는 달리 소화력도 떨어지고 기력도 시력도 청력도 약해지니 모든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가까운 것이다. 


너희가 내일 일어날 일을 알지 못하나니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니라(약 4:14)


하루는 더디 가는 것 같은데 한 달은 훌쩍 지나고, 1년이 지루하게 가는 데 10년은 훌쩍 지나버린 아이러니에 빠져 사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말기환자를 돌보며 정리한 브로니웨어의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가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대에 맞춰 자신의 삶을 살았던 것을 후회했다. 남을 의식하는 바람에 결국 내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대부분 남성 환자들이 이러한 후회를 했다. 이들은 직장 생활 때문에 아내, 자녀들과 따뜻한 가정생활을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 타인들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긴 것이 어쩌면 지금의 `병`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옛 친구들의 소중함` 죽음을 앞두고서야 오랜 친구들이 보고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들의 연락처조차 알 수 없어 절망스러웠다고 한다.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 많은 이들이 오래된 습관과 패턴에 머물러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고 한다.


성경의 히브리서에는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고 말한다.

사후, 지상에서의 삶을 복기하며 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신의 영역일 수 있겠지만, 남겨진 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고인의 삶이 어떠했으며 어떤 족적을 남기고 떠나가는지.


은은한 향기를 남기고 떠났을 수도 있고 아무 감동 없는 생을 살다 갔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누구도 부정할 없는 길을 우리도 가야 할 터이니 현재는 존재하지만 앞으로 죽을 수 있도록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위의 다섯 가지만이라도 마음에 새겨서 유의하며 살면 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고인의 영정 사진을 한번 들여다보고 하얀 국화 송이를 헌화하며 잠시 목례하며 기원한다.

이젠 편안한 안식에 이르시기를......

나의 삶이 좀 더 경건해 지기를......




표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珂 杨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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