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의 케냐와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오랜만에 다시 케냐로 향한다. 오늘 자정 밤비행이다.
촬영 차 나이로비에서 며칠간 머물렀던 때는 2009년이었다. 기아대책의 임원과 후원자들이 함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사역지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그때 나이로비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묵었었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곳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 그곳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 또 어떡케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일정 역시 몇 분의 동행자와 함께 케냐 북부지역 삼부루를 방문한다. 칠십을 맞아 선교현장에서 철수하시는 선교사님의 영상 기록을 담아내기 위함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케냐 북부의 광야 지대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빠른 건 경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하늘길을 이용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육로를 택하는 것이다. 육로로 500킬로 남짓의 거리지만 포장도로가 끊긴 비포장 진흙길과 험준한 산악 지형을 넘어야 하니 터프로드의 울렁임을 10시간 정도 견뎌내야만 한다.
십여 년 전에는 운이 좋게도 경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살포시 날아서 북부지역 코어에 착륙했다. 항공기처럼 높게 나는 게 아닌 구름 위에 살짝 올라선 높이여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기에만 흐르는 강의 흔적이 지상에 펼쳐져 있었고 민가와 숲과 황무지가 그림처럼 드리워졌다. 구름의 모양도 얼마나 예쁘고 다양한 모양새를 띄는지 한 시간이 순삭 하는 기분이었다. 드론이 없던 시절이라 도심의 빈민가를 촬영할 수 있게 낮게 날아주었던 파일럿의 배려가 생각난다.
코어와 이웃한 삼부루는 케냐 북부의 고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광야와 사막이 혼재한 지역이다. 문명의 혜택과는 거리가 먼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그런 곳이다. 문명의 세례에 익숙한 사람들이 다시 과거로 떠나는 여행길에 오른다. 동행하는 사람들은 2025년의 첨단 사회에서 과거에 경험해서 알고 익숙한 1960~1970년대의 궁핍했던 삶을 현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겹도록 떨쳐내고 싶었던 지긋지긋한 가난을 지금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에게 내일의 소망을 전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
없기에 서로 도우며 살려는 사회와 더 가지려 개인화로 고립되는 사람들.
혼재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되길 기원해 본다.
그때, 홀로 촬영자의 역할을 감당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기록자의 책무를 잘 감당할 수 있기를......
아프리카는 언제나 내게 커다란 무게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