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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만에 영상제작을 배우는 게 가능한가요?

수강생이 천부적이거나 강사가 대가라도

by 준구

“2시간씩 7주를 배우고 나면 멋진 홍보영상물 하나 만들 수 있겠죠?”

마을에서 배우는 ‘영상제작 강의’ 첫 시간에 수강하시는 분이 당연하다는 듯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팀원들이 열정적으로 수고하면 그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에둘러 답했다. 도서관, 각종 단체, 마을, 학교 등에서 단기간에 영상제작을 배우고 싶다며 강의를 요청해 오곤 한다. 내가 교육 커리큘럼을 제안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미리 정해 놓은 기간과 시간 내에서 교육해 줄 것을 원하기도 한다. 영상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장르의 비디오를 접하다 보니 제작하는 것이 손쉽다고 느낀다. 실제로 환경이 변했다.


7회 차 영상제작 커리큘럼 (1일 2시간)


우리들의 손에는 4K급의 핸드폰 카메라가 들려 있고 애플리케이션 편집 툴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다듬어서 바로 SNS를 통해 전송할 수 있다. 제작의 접근이 수월해졌다고 영상제작이 만만한 일일까?

요리로 견주어 말하면 재료도 있고 레시피도 알게 되었으니 금방 미슐랭급의 맛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음식은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내가 먹을 거면 내 취향에 맞게 이것저것 넣고 조리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결혼하면 배우자의 식성도 고려해야 하고, 까다로운 아이들의 입맛을 맞추다 보면 음식 솜씨가 안 늘래야 안 늘 수가 없다. 이리저리 고민하고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어느덧 음식을 맛있게 만들 줄 아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 모두가 식당을 개업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돈을 지불해서 내 음식을 사 먹게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물을 제작한다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5분 미만의 짧은 영상을 만들든 10분 이상의 길이로 제작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을 짓기 위한 초안, 즉 세밀한 설계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영상제작의 기본이 되는 기획안에는 제작에 관한 기획의도가 명확해야 하고, 어떤 형식과 소재로 기승전결의 구성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야 한다.

처음에 한 장짜리의 구성안으로 시작해서 세밀한 내용을 담아내면 촬영할 분량과 그에 따른 내레이션이 결합해 페이퍼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영상에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그림이 있고, 타이틀과 도입부에 이어 전개와 클라이맥스 엔딩 부분에 쓰일 신과 시퀀스가 있으니, 이를 잘 배치하는 것은 팀원들끼리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몫이다.

힘겨운 페이퍼 워크를 마치면 이제는 실전 촬영에 들어간다. 영상은 텍스트와는 다른 독특한 영상문법이 존재하니 이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이다. 대게 기자재가 없는 곳에서는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장비가 있거나 렌털이 가능한 단체에서는 캠코더로 촬영법을 배운다. 트라이포트를 세워서 수평을 맞추고 다양한 사이즈를 연습하며 카메라의 앵글에 따른 느낌의 차이와 카메라 워킹을 배운다. 인물을 촬영할 때, 피사체의 눈의 위치와 헤드룸 룩 스페이스 등을 유념하면서 연습하는데 이때 수강생들의 의욕이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한다. 나름 영상의 규칙과 기본 문법을 이해하면 다음엔 현장 촬영에 돌입한다. 캠코더와 와이어리스 마이크 등을 장착해서 현장에 나가면 뭔가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여건상 핸드폰으로 촬영해야 하는 때가 있다.


촬영 이후 편집 단계에 들어가면 또 한 번의 선택이 남는다. 핸드폰 베이스의 애플리케이션 키네마스터류로 가르칠 것인가? 전문가용인 파이널 컷이나 프리미어로 강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무것도 없다면 당연 어플을 사용하겠지만 수강생 중의 일부라도 후자의 것을 갖추고 있다면 후자의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영상의 완성도와 전문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값을 지불하고 비용을 치러야 하는 선택인지라 강요할 수는 없다. 향후 장비를 갖추라고 권유하게 된다.

촬영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외장하드와 좋은 성능의 컴퓨터 및 부가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많다. 이럴 때면 잘 갖춰진 미디어센터의 기자재와 하드웨어의 인프라가 한없이 부럽고, 수요자들도 이런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4~5명이 한 조가 된 2개 팀이 4종류의 영상물을 제작해서 마지막 날 상영회를 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제작한 팀은 개별로 작품을 냈고, 프리미어로 편집한 팀은 하나의 영상물을 만들었다. 결과물을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섬네일 제작과 업로드 방법을 배우며 7주 차의 수업을 마쳤다.

5분 내외의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조원들은 수차례 반복해서 촬영했다.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피드백하며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재촬영하고 다시 편집했다. 현장음과 내레이션 음악 등의 음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완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양한 사이즈와 인서트 컷을 사용해서 편집하라고 당부했지만 애초에 지켜지기 힘든 주문이었다. 한마디로 눈높이가 높은 시청자이기에 스스로가 만들어 낸 영상물이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조금은 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입을 열었다.


“최종 결과물을 내서 상영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최선을 다한 것이라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었으니 하나씩 하나씩 더 공을 들여 제작하다 보면 사람들이 찾아서 보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배불러서도 안 되니 성실하고 꾸준하게 공부해 봅시다.

계속 도전하시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세요.


타자를 향해 던진 말이었지만 내게도 와서 박히는 울림이었다.




서울마을미디어 웹진에 실린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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