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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i Feb 24. 2016

'19대 국회가 살아있다'

누구를 위해 필리버스터가 부활했는가.

 텅 빈 국회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고독한 싸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지친 모습을 숨길 수 없지만, 논리는 흐려지지 않는다. 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서 야당 의원들의 모습에 지쳐 있었다. 그러나 오늘 이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과장을 더하면 처음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다. 의회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박정희 정권 때 없어졌던 것이 부활했다. 국회법 제 106조 2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실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1969년에는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을 저지하려고 10시간 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했다. 그로부터 47년 만에 필리버스터가 다시 국회를 지키고 있다.


 왜 오랜 시간 자취를 감췄던 필리버스터가 부활한 것일까. 원인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했기 때문이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 연말 청와대와 여당의 법안 처리 요구에도 직권상정만은 안된다며 완고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최근의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국회법이 정한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과 여야 대표가 합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지 의문이다. 직권상정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통과된다. 현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야당이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실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궁금하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누군가 테러위험 의심자가 된다면 국정원으로부터 휴대전화 감청과 금융정보 추적까지 받을 수 있다. 테러방지법안 제6조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대테러센터’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의 핵심인 정보수집권한은 제9조에 따라 국정원장이 갖게 된다. 국정원은 테러 의심자에 대해서 감청과 금융정보 수집이 가능해진다. 국정원이 요구하면 영장 없이 금융위원장이 금융정보를 내줘야 하는데, 이는 대공·방첩 수사에도 국정원이 가져보지 못한 권한이다. 또 테러위험 인물의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관련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보호하는 민감 정보(신념, 노조·정당 가입,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까지 모두 포함한다.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 동안 밤샘 연설하며 대한민국 필리버스터 최장시간 기록을 경신했다. 몸도 가누기 힘든 그에게 한 의원은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공천 받으려고 몇 시간 동안 생리적인 현상까지 해결하지 못하며 연설하고 있을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처절한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것일까. 국민의 대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텅 빈 국회를 바라보고 단상에 꼿꼿이 서서 마른침을 삼킨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느껴졌고 여론도 뜨거워지고 있다.


 야당이 원하는 것이 여론의 관심이라고 해서 비난받아야 하는가. 정치적인 행동이라 보기가 거북한가. 사람들의 관심이 여론을 만들고 정책을 만든다. 정치는 우리의 삶이다. 내 삶이 막강한 권력의 의해 누군가에게 위협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무시하고 그냥 살아갈 수 있는가. 정치를 하는 것도 정책을 만드는 것도 국민이 되어야 한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4월 13일 국민의 심판은 오늘 이들의 희생이 가치 있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은수미 의원의 마지막 발언 전문을 함께 전한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참된 용기, 왜 가지게 되는지 정치인에겐 참 중요한 자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선 비례인 저, 제가 더 용기를 내면,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제 나이가) 20대 때 간절한 것 이상으로 간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청년들이 누구를 밟거나 누구에게 밟힌 경험만으로 20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청년'으로 네이버 검색을 해봤더니 검색어 1위가 '알바'가 아니라 '글자 수 세기'예요. 한 번 이상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을 했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지원하는데 소개서를 1000자 이내로 써라, (그래서) 글자수 세기 프로그램을 씁니다. 청년 하면 떠오른 키워드가 '젊음', '정열', '축제', '사람', '욕망'이 아니고, 그런 모습으로 (청년을) 살게 해선 안 된다. 특히 자기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주장하기 어렵다. 우리 미래가 그렇게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어쨌든 대한민국을 바꿔온 흐름이 있습니다. 저 역시 젊은 시절에 제가 나이를 들면 우리 아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찬란한 세상을 향해 날아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 본 것이 전경이었는데, 전경으로 대표되는 독재였는데 2학년 때 '누가 죽었단다', '누가 강간당했단다' 그런 것이었는데, 그런 경험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2007년 87년 항쟁 20주년 기념식 때였는데, 그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을 했습니다. 전 그 건너편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랑 모임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념식 현수막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987년은 어떤 의미인가. 할 만큼 했노라 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민주화되는 세상에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누구는 자살해야 하고, 그래서 세상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왜 테러방지법을 (처리해선 안 된다고) 얘기하는지 굳이 얘기를 드리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엔 노동·복지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도 탄압 받아선 안 되고.. (또 다시 울먹임, 물을 마시며 가슴을 침)


다시 말씀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 누리고 표현의 자유 누려야 합니다. 어떤 억압으로부터도.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 끊임없이 주장하는데 제발 바른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하는데.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가? 부정하지 않겠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방향이, 나와 박 대통령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거든요. 여당과 야당이 다름을 인정하거든요.


(그러나 저는) 어떻게 사람이 단 한 명도 인권을 훼손당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 2012년 이후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테러방지법부터 모든 법안이 그렇습니다. 항상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 같지만 저는 포기하지 못합니다.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 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것 외에 둥지가 없습니다. 정치도, 정치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둥지를 부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둥지를 부수면서 같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저로서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이 통과돼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그 전까지)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목메임)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이 찾아주십시오. 이것은 사람을 위한 약자를 위한 정치. (눈물 보임, 물 한잔 마심)


네. 여당도, 야당도 없고, 오직 국민을 위해서 생각하고요. 박 대통령도 현장에서 붙잡고 보면 다르다.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하자. 제발 피를 토한다던가 하는 낡은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할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끝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끝냅니다."

                                                                                <참고자료>

필리버스터, 테러방지법 자료 - 한겨레

은수미 의원 발언 자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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