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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뮹뮹 Jan 31. 2017

어른의 인형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서

진짜 사람 같이 생긴 아기 인형이 있다. 베렝구어라는 인형인데 아마 알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투니버스 광고에서 자주 나왔었는데 눕히면 눈을 감고 앉히면 다시 눈을 뜨는 신기한 인형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한테 뭔가를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은 없었지만 매일 잠 자기 전 침대에 앉아 하느님한테 떼를 썼다. 제발 그 아기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달라고.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정말 크리스마스 날 나한테 그 인형을 선물해주셨고 나는 한 동안 그것을 이불에 소중히 싸서 진짜 아기처럼 안고 다녔었다. 

그 후 어느 날, 엄마와 내가 상가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사람이 정말 많은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인형을 놓칠까봐 대신 인형을 안으셨고 갑자기 몇 분 후,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위해 순순히 길을 비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엄마 품 안에 안긴 아기 인형이 진짜 신생아인 줄 알고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준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아는 오빠한테 해준 적이 있는데 그 오빠는 이렇게 말했었다. 

"사람들은 어른이 인형을 안고 있는 것을 상상하지 않아. 어른들은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버린 부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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