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단정 짓지 말기
어쩌다 보니 근 몇 년 동안 소소한 취미가 여러 개 생겼다.
그중에 하나가 스포츠 경기를 보는 거다.
시작은 배구였다. 도쿄올림픽을 보다가 여자배구팀 경기를 보고 배구라는 종목에 홀딱 빠져버렸다.
그렇게 배구를 꼬박꼬박 챙겨보다 보니, 이전엔 전혀 관심도 없던 야구에 빠졌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던 야구 룰은 호기심을 가지고 경기를 챙겨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저녁이 오면 큰 일이나 약속이 없는 이상 늘 스포츠로 마무리한다. 겨울철에는 배구를 보고 배구 시즌이 끝나면 그즈음에 개막을 하는 야구를 본다.
참 별일이다. 스포츠라고는 전혀 접점이 없던 나인데, 왜 그렇게 다들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던 나였는데 이제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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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12월 31일이었다. 그날은 마침 저녁 약속이 있어서 실시간 중계되는 배구 경기를 보지 못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 경기가 끝나면 경기 결과를 알림으로 볼 수 있도록 휴대폰에 설정해 두었는데, 때마침 알림이 떴다.
"엥? 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당시 최하위였던 팀이 지긋지긋한 17연패를 끊어내고 그날 경기에서 승리를 한 것이다. 가장 아래에 있던 팀이,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승리를 해냈다.
'저 팀은 또 지겠지, 안 봐도 뻔하지 뭐.'
열일곱 번의 패배라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때 사람들이 왜 스포츠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제대로 알게 됐다. 스포츠를 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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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통해서 제일 많이 배웠던 것이 '함부로 단정 짓지 말자'는 것이다.
당장 내일도, 바로 1시간 후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단언할 수 없는 게 삶이라는 걸 정말 많이 느꼈다.
꼴찌였다고 앞으로도 영원히 꼴찌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1등이라고 언제나 최상의 자리를 지켜낸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내 인생 정말 나락이구나, 싶었는데 어느 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을 수 있고
이것보다 더 나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했던 삶이 어느 날 벼랑 끝에 몰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매일을 그저 담백하게, 너무 우쭐하지도 말고 한없이 주저앉아서 무너지지 말고, 그냥 나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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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진다.
영원한 좌절은 없으니 망했다고 무너지지 말고, 오늘 하루도 버겁지만 그저 묵묵하게, 충실하게 살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