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받았던 편지가 문득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캐비닛에서 그 편지를 찾아 꺼내어 읽었다.
첫 직장에서 만났던 같은 팀 언니가 써준 편지였다.
처음 직장생활이라는 걸 해본 나는 우당탕탕,
태어나 처음 마주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으른들 사이에 덜렁 애 하나가 끼어 있는 듯했다.
자취도 해본 적 없던 나와는 먼 얘기인 것만 같은 집, 차, 부동산 얘기를 하는 팀원들 사이에서
난 도대체 무슨 말을 이해해야 하는지 그저 혼란스러웠다.
그땐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싶다가도 내 또래의 다른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걸
보고 있으면 나만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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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6개월 넘게 일하던 도중에, 팀에 나보다 한 살 많은 팀원 언니가 퇴사를 하게 됐다.
그 언니는 순백색의 무지한 나의 직장생활에서 다방면으로 닮고 싶은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언니도 여기가 첫 직장이라고 하는데 나의 처음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자연스럽고 능숙했다.
고작 나보다 한 살 밖에 안 많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어른 같고 의젓하고 예의 바르고 똑 부러지고 싹싹한지.
정말 신기했다.
불필요하거나 선 넘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적당히 분위기에 잘 융화하면서
다른 팀원들의 신임까지도 받던 언니는, 심지어 술도 잘 마셔서 회식을 하게 되면
일찍 집에 가려는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주기도 했었다.
일도 잘해서 직속 상사도 마음에 들어 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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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거리는 내 성격 탓에 언니와 사적으로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언니가 퇴사를 한다고 하니 아쉽고 슬펐다.
마카롱과 편지를 써서 언니에게 건넸다.
언니를 보며 많이 배웠고, 언니가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앞으로도 언니가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언니는 내 편지를 읽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었다고 답장까지 직접 써주었다.
자기도 처음엔 긴장도 많이 하고 맘도 졸였었다면서 나도 지금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 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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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떠나고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언니에게 연락을 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니,
언니는 6개월 동안 자기가 옆에서 봤던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으니
힘든 점은 상사에게 솔직하게 얘기해 보라고 디테일한 조언까지 해주곤 했다.
그 당시에 참 힘이 많이 됐었다.
이후에도 종종 명절 때마다 안부 차 연락을 하곤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는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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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직장을 퇴사하고 이후에 여러 회사들을 거쳤는데
회사에서 버거운 일이 닥칠 때마다 그 언니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또 하나의 롤모델이 된 언니는
아직도 인간으로서, 어른으로서 닮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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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앞으로도 언니만큼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내 인생의 한 방향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