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거 연말에 몰아서 하기
어쩌다 보니 벌써 2024년도 열흘이 채 안 남았다.
연초에는 연말이 언제 오려나 늘 까마득한데, 하루하루 살다 보면 금방 이렇게 한 해가 가곤 한다.
연초에 꼭 하고 싶었던 몇 가지 리스트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 '공연 보기'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취켓팅으로 얼떨결에 잡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러 서울에 가게 됐다.
겸사겸사 만나고 싶었던 사람도 만나고, 가보고 싶었던 동네도 구경했다.
코스 1.
코스 2.
내가 서울에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
우연히 들어간 인터파크 티켓에서 정말 수월하게 취소표를 구했다.
(저 멀리 높은 3층이었다는 게 슬프지만 그래도 볼 수 있다는 게...)
말로만 들었던 <지킬 앤 하이드>의 20주년 공연인데, 내년 5월까지 한다고 하니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관람을 한 편이었다.
공연장 내 사진 촬영, 영상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공연장 외부만 찍을 수 있었다.
'티라미수 케익'으로 잘 알려진 김성철 배우 공연을 봤는데
늘 드라마, 아니면 영화로만 봤지 뮤지컬계에서도 유명했다는 것은 사실 잘 몰랐다.
공연을 보는 순간 '무대 장악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난해하고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다른 배우분들도 마찬가지..!)
'다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걸까..?'
뮤지컬 내용 자체는 다소 난해하고 때로는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 이 순간>을 포함한 다양한 넘버들을 직접 듣고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했던 공연이었다.
코스 3.
유튜브 채널 <할명수>에 박명수와 뉴진스 혜인이 다녀갔던 연희동 투어를 나도 하게 됐다.
그전부터 연희동은 꼭 가보고 싶었던 동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당연히 사람은 많겠지만) 다른 곳에 비해 너무 번잡스럽지 않고 고즈넉한 느낌이랄까,
아기자기한 동네인 것 같아서 궁금했다.
깜깜한 저녁 시간에 가게 됐는데 같이 간 친구의 말로는 사람이 평소보다 더 없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좋았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는 것 자체로도 만족스러웠다.
저녁 시간이라 일찍 문을 닫는 곳들이 많아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모두 갈 수는 없었는데,
다른 곳은 못 가더라도 박명수와 혜인이 들렀던 연희동 엽서 가게는 꼭 가보고 싶었다.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진 않았지만
엽서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다채로워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손 편지 쓰고 엽서 모으는 걸 참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일이 갈수록 적어진다.
오랜만에 엽서들을 잔뜩 보니 기분이 좋았다.
고르기 어려웠지만 맘에 드는 엽서를 고르고,
같이 갔던 친구와 각자 원하는 엽서에 서로 편지를 써주기로 했다.
엽서를 담아주는 봉투도 귀엽다.
나도, 친구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카페가 딱이다.
가정집 구조에 내부는 아늑하게 구성된 카페였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벌써 이 날 두 잔을 마신 관계로 나는 에이드를, 친구는 라떼를 주문했다.
디저트로 '딸기 파블로바'를 함께 주문했는데 처음 먹어본 생소한 식감이라 찾아보니
머랭을 기반으로 한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디저트라고 한다.
바삭하면서도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서 솜사탕 같은 맛이 나기도 했다.
LP가 다 돌아가면 직원 분이 다른 판으로 교체해서 계속 음악을 틀어주셨다.
혼자 카페에 방문하는 분들도 있고, 여러 명이서 함께 방문하기도 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끄럽지 않고 잔잔해서 부담이 없었다.
이번 서울 여행은 '소박함', '소소함', '차분함'이 3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번잡스럽지 않게, 딱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했던 나다운 여행이었다.
일상 속에서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었는데,
모처럼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조금이나마 가지면서
천천히 연말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