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6. 좋아하는 콘텐츠(tv프로그램)는 무엇인가요?
남편과 나는 언젠가 집을 짓겠다는 공통된 바람을 가지고 있다.(언젠가는)
매주 화요일 밤 9시 55분, EBS에서 방송되는 ‘건축탐구-집’은 우리가 유일하게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살던 집은 큰 양옥집 옆에 덧붙여진 작은 집이었다.
작은 방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고, 그 앞에는 좁은 부엌이 있었다.
화장실은 집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었다.
여름이면 마당 수돗가에 빨간 다라이에 물을 받아 동생과 놀곤 했다. 마당이 제법 넓었던 것 같다.
주인집에서 키우던 토끼에게 주려고 동생과 함께 마당의 토끼풀을 뽑아 주곤 했다.
하지만 캄캄한 밤이 되면 화장실 가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시절 유행했던 괴담,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가 떠올라 무서웠다.
어린 동생을 어떻게든 구슬려 함께 가려고 별별 이야기를 다 늘어놓았고, 동생이 먼저 들어가 버릴까 봐 끊임없이 말을 걸곤 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내 방과 침대가 생긴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엄마와 함께 서문시장에 침대보를 사러 갔을 때, 꽃무늬와 줄무늬 침대보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집 안에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옆집에는 나보다 한두 살 어린 남매가 살았는데, 따뜻한 날이면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고 서로 오가며 놀았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은 주택을 지으셨다.
엄마의 바람대로 주방은 넓어졌고, 모든 방도 조금씩 더 넓어졌다.
거실에는 음주가무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소망대로 노래방 기기도 놓였다. 종종 아버지 친구분들이 놀려 오시면 노래를 부르셨다.(주택이었으니 망정이지.)
그렇게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주택에서 살았고,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주택 관리를 힘들어하셨던 엄마는 다시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그리고 나는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 생활이 익숙하지만, 언제나 마당 있는 집을 꿈꾼다. ‘건축탐구-집’을 볼 때마다 부러움의 탄성을 지른다.
“어쩜 저렇게 집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예상치 못한 공간, 구조, 풍경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와!, 대박!, 너무 좋겠다! 너무 멋진 거 아냐!, 우리도 집 짓자! 나는 주방이 넓었으면 좋겠어. 방은 각자 작게 잠만 잘 수 있게 만들고,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작업실도 만들고, 창을 삼면으로 내자. 나무들이 보이게 말이야. 마당에 솥을 걸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해. 난 곰탕을 펄펄 끓이고 싶거든. 그리고 작은 텃밭도 필요해. 그리고 말이야, 또……”
방송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끊임없는 나의 요구에 남편은 조용히 고개를 흔든다.
TV를 잘 보지 않던 둘째 아이도 궁금했는지 슬쩍 다가와 함께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난 회차까지 찾아보며 함께 요구사항을 외친다.
“아, 맞다. 나는 살구나무와 감나무는 꼭 심을 거야. 무화과나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