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5.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한이 엄마, 좋겠다. 남편이 엄청 꼼꼼하시더라. 내가 일정에 맞춰 필요한 서류나 해야 할 일을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벌써 정리 다 해서 문자로 보내셨더라고. 나도 여기서 일 잘한다고 소문났는데, 한이 아빠는 더해. 내가 따로 알려줄 게 없더라.”
큰아이 친구 엄마이자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동네 언니가 말했다.
“아, 한 달 전부터 뭔가 적고 있던데 그거였나 봐요. 어련히 알아서 잘 알려주실 텐데, 이 사람이 먼저 보냈나 봐요.”
그렇다. 남편은 미리 계획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타입이다.
손 없는 날이라 이사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우리는 여섯 군데에서 견적을 받았다. 그중 한 업체 직원이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남편분이 엄청 꼼꼼하시네요. 이사 가는 곳이 층별로 사다리차를 써야 한다고 하시던데, 기본적으로 포함된 서비스까지 하나하나 확인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꼼꼼하게 따지시면 다른 업체에서는 오히려 이사 비용을 더 높게 부를 수도 있어요. 저희야 괜찮지만, 다른 곳에서는 조심하세요.”
하지만, 그 직원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업체 직원이었고, 그가 제시한 금액이 가장 비쌌다.
이번 이사는 층별로 짐을 배치해야 더 수월하게 진행되는 구조였다.
남편은 며칠을 고민하며 짐을 어떻게 빼고 넣을지 계획하더니, 종이에 배치도를 그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컴퓨터로 깔끔하게 다시 정리해서 만들고,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그 도면을 이삿짐 직원에게 보내겠다는 남편. 나는 서둘러 말렸다.
“그러지 마, 싫어할 거야. 보지도 않을걸? 너무 꼼꼼하면 부담스러워. 나 같아도 그래. 그냥 말로 설명해. 바쁜데 누가 도면까지 들여다보겠어. 절대 보내지 마.”
남편은 확인하고 기록하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밴 사람이다.
직업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다행인 건, 그렇게 꼼꼼하면서도 가족들에게까지 똑같이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따를 사람도 아니긴 하지만.
남편은 아이들 일정까지도 꼼꼼히 챙긴다. 지금은 재수 중인 첫째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스스로 일정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곤 했다.
무조건 챙겨주는 게 아니라, “이건 이렇게 정리해 보면 어때?”하고 힌트를 주거나, “일의 순서를 정하듯 공부도 순서를 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며 스스로 생각하게끔 이끌어주었다. (물론 야단도 함께)
둘째는 지금 ‘삼각산재미난학교’라는 대안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교육 환경이라 남편의 꼼꼼함이 개입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둘째는 자기 할 일을 잘 챙기는 편이다.
보고 자란 게 있어서인지, 아니면 형이 야단맞는 모습을 옆에서 본 영향인지, 눈치껏 알아서 한다.
남편의 꼼꼼함이 때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실수를 줄이고 일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는 큰 장점이다.
사실, 나는 편하다. 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꼼꼼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도 아침부터 남편은 바쁘다. 출장 준비에, 차량 주소지 이전 문제까지,
큰아이의 휴대폰엔 아빠 이름 대신 ‘철저한 마루파파’라고 저장돼 있다.
딱이다. 정말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