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4. 내가 지키고 싶은 것.
안녕하세요? 구청장님.
저는 올해 3월, 우이동으로 이사 왔어요.
집 주변에 산이 있고, 계곡이 흐르는 우이동이 저는 정말 좋아요.
그런데 더 반가운 일이 있었어요. 바로, 운 좋게 텃밭 분양을 받았다는 것!
산 아래 위치한 서울의 텃밭이라니, 얼마나 귀한 기회일까요?
이전 아파트 근처에도 텃밭이 있었지만,
‘누구나 텃밭’ 같은 공간은 아니었어요.
3월 말, 아이와 함께 감자와 상추를 제일 먼저 심었어요.
텃밭 농사는 처음이라 잘 자랄까 걱정도 됐지만, 감자와 상추는 무럭무럭 자랐어요.
6월 중순,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감자를 캐봤어요.
땅속에 숨어 있다 보니 잘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걱정이 컸거든요. (제가 초보 농사꾼이라서요.)
조심스럽게 호미로 흙을 파보니, 주먹만 하거나 그보다 조금 작은 감자들이 올망졸망 모습을 드러냈어요.
세상에, 감자가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요!
기쁜 마음에 사진을 찍고, 지인들에게 자랑도 했어요.
주변에선 저 농사에 소질 있는 거 아니냐며, 내년에도 꼭 분양받아서 감자를 심어 달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슬픈 소식을 들었어요. 그 텃밭 자리에 '파크 골프장'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정말 그곳에 골프장이 필요한 걸까요? 이용할 분들이 얼마나 될지, 저는 의문이에요.
실제로 텃밭을 지나가며 등산이나 산책하시는 분들이 “이 텃밭 분양은 어떻게 받는 거예요?”하고 물으시는 경우가 경우가 많았어요.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뜻이겠죠.
우이동의 자랑,
‘누구나 텃밭’.
저는 이곳이 이사 와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에요.
내년에 또 분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분들이 이 소중한 공간에서 흙을 만지고, 계절을 느끼며, 텃밭의 즐거움을 누려보셨으면 좋겠어요.
텃밭을 오가는 길은 운동이 되고, 특히 어르신들께도 참 좋은 공간이 될 거예요.
이 소중한 텃밭이 사라지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기쁨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9월까지만 텃밭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생처음 민원을 넣었다. 무슨 말을 적을까 고민하다, 처음 텃밭에서 느꼈던 감정을 적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텃밭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아쉬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이대로 사라지게 두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땅은 작은 땅 한 구석이었지만, 그곳에서 느낀 설렘과 기쁨은 너무나 컸기에 이
작은 땅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부디, 내년에도 분양받아 감자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