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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니은 Jul 20. 2023

나의 결혼일지 03 - 소통에 관하여

결혼해도 대화를 하나요



결혼 3년 차 결혼 선배이자 아는 동생이

언니네 부부는 하루에 대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남편과 내가 쉬는 날이 겹치지 않을 때는

남편과 하루도 대화를 하지 않고 SNS 메시지만 주고받은 적도 있고,



요즘은 내가 휴직을 해서 같이 있을 시간이 부쩍 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길게 오래 하는 건 아니어서

대화 시간의 총길이가 한 30분 정도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부부 사이의 대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은 것 같아서 대답하면서 어랏, 싶기도 했고



그 짧은 대화의 질이(질이 좋은가 안 좋은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다지 좋았다는 인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와 남편의 소통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의 방향에 관한···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있는데 방향이 전혀 달라서 하다 말았기 때문에(남편은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나는 깊은 골목 속이나 언덕 위 주택이더라도 한옥에 살고 싶어 한다)······.



보통 우리의 대화는 꺅, 귀여워, 그래, 요정(쑥스럽게도 남편이 저를 부르는 제 애칭입니다),

뭐 이런 애교 섞인 감탄사이거나 의성어가 남발하는 게 보통이고,  질서 정연한 문장으로 끝나거나

하는 법은 대체로 없다. 아마도 식사로 뭘 먹을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일 것이다.



대화도 그렇지만 공유하는 공간이 겹칠 뿐 붙어 있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도 않은 것 같다. 같이 한 집에 있어도 제각기 할 일을 하다가 찾아가서 서로 발을 비비다 돌아오거나 하는 식이다.



전에는 이 침묵과 무관심이 몹시 불편했고, 이것이 '애정 식었음'을 알리는 관계의 적신호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서로를 편안하게 두는 무뎌짐과 익숙함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랑 그렇게 오래 같이 있는 것, 끝없이 대화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과연 즐거울 것인지 의심도 든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면 휴대폰을 보고 싶지 않은가요?)



그렇지만 몸의 소통에 관해서라면···그건 또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지요(이 부분에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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