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라이프 27일차
나는 평소 나와 다른 가치관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왜 그런 차이가 생겼는지 배우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도 큰 관심이 있다. 지형이나 역사적 사건 등으로 인해 각 나라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즐긴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지금 매우 관찰하는데 하루하루가 바쁘다.
최근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개발자분이 일본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과의 대화에서 일본의 결혼과 연애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회사에서 일본 동료와도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내가 신기했던 일본의 결혼 문화와에 대해서 기록하고자 한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일본 결혼식에서 신부와 신랑의 부모님 자리가 하객들보다 맨 뒤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날의 주인공이 신부와 신랑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눈에 띄지 않도록 뒷자리에 앉는다고 한다. 또한, 결혼식을 준비할 때 부모님의 간섭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가족 간의 계약으로 여기기 때문에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한 반면, 일본에서는 결혼을 개인 간의 일로 생각해 부모님의 의견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일본 동료는 한국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처음 인사를 양가 어머님이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고 한다.
한국 결혼식에서는 부모님을 안아주는 시간이 감동적인 순간인 것 같다. 하객으로 참석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결혼식이라도 그 장면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에서는 신부가 입장전 신부 어머니가 면사포를 씌어주시는 순간이 감동 포인트라고 한다. 이 장면이 우리와 달라 신기했지만, 일본과 한국 모두 자녀의 결혼이 부모에게는 기쁘면서도 섭섭한 감정이 드는 특별한 날이라는 점은 같다고 느꼈다.
일본 동료와 대화 중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왔는데, 동거 경험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서로 본가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하자 동료는 꽤 놀라워했다. 일본에서는 결혼 전 동거를 통해 생활 패턴이 맞는지, 혹은 참기 어려운 습관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한국보다는 동거 문화가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추가로 일본에서는 결혼할 나이가 된 남자가 본가에 살고 있으면 결혼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독립된 생활 능력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에, 혼자 밥조차 제대로 못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자취 경험이 있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심지어 어플에 ‘자취/본가’ 선택지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30살까지 모태 솔로인 사람보다는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 오기 전 아랍 친구와 식사를 하며 동생의 결혼식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나라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춤추고 파티를 즐기는 분위기로 결혼식을 축하한다고 했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결혼식의 형태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언젠가는 일본 결혼식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