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2023.09.18

by 아일랜드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쩌면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할 때가 있다. 그들의 기대를 하나하나 맞춰주다 보면 나 자신의 본모습이 사라지고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마음은 어떠했는지조차 흐릿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역으로 그들이 나의 눈치를 살피거나 내 의중을 궁금해한다고 해서 또 그것을 드러내놓고 보여주거나 말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이고 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태그커피는 안정되어가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보고 싶다. 주변분들이 더 많이 궁금해하시고 관심을 보여주시고 걱정도 해주시지만 정작 내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 상황은?


매출은 확실히 줄었다. 당연히 옆가게로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오다가다 들리는 뜨내기들도 그쪽 아메리카노 2,000원 배너를 보면 그쪽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그래도 태크커피는 단체 손님들이 한 번씩 우르르 몰려올 때가 있다. 7-8명 정도의 단체손님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차 한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기엔 태그커피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곳도 드물긴 할 것이다. 그런 분들이 한번 오시면 적어도 2-3만 원 이상은 주문을 해주시니 그나마 저조한 매출에 한 번씩 가뭄에 단비처럼 감사할 따름이다. 1-2시간씩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시다가 가시면 그걸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가끔씩 손님들이 입구에 들어서면서 '여기 너무 좋네~' 하시면 그 말이 너무 힘이 되고 으쓱해지기도 한다. 사실 태그커피는 모던하고 세련되거나 콘셉트가 뚜렷한 SNS에 올리기 좋은 멋진 카페는 아니다. 이곳은 적당히 낡았으며 들어서면 아늑함이 먼저 느껴지는 여느 집 거실이나 다이닝룸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이 좋았고 통창으로 바라보는 바깥 풍경들도 딴 세상처럼 동떨어지게 감상이 가능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앞전 사장의 사업수단인지 아니면 서비스 때문에 자주 오던 단골들은 어쩌면 나라는 새로운 사장으로 인해 조금씩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상권에 대단한 자부심을 보이며 권리금에 상권과 단골들까지 생색을 내면서 포함시키는 사람이었다. 단골은 그녀의 단골이지 나의 단골은 아니며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 단골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인데... 그녀 자신도 그렇게 운영을 했을 텐데....


그녀는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면서도 자신의 단골을 잘 챙기라며 노골적으로 보란 듯이 무료서비스를 베풀고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부담감으로 다가올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 행동들이었다.


이제 태그커피의 주인은 나다. 이제 단골이 떠나든 새로운 단골이 생기든, 아니면 가게가 잘되든 쪽박을 차든 나의 책임이고 내가 껴앉고 가야 하는 내 문제이다. 매일이 문제투성이고 매일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기다림의 연속이며 혼자는 벅차고 힘들고 치지는 순간들도 있다. 나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쁘지는 않다.


내가 스스로 놀랄 정도로 나는 무던하고 나름 지금까지는 잘해오고 있는 것 같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크게 어려움 없이 잘 헤쳐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엏다.


내 자신을 믿고 그저 묵묵히 하다 보면 나만의 결이 생길 것이고 그 결을 알아봐 주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조금은 덜 외롭게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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