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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랜드 Jul 11. 2024

소통

2023.09.30

바쁜 날 안 좋은 일이 겹치고 걱정도 몰려온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들기도 전에 휘몰아치듯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사람사이의 어색함과 절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거리감을 주는 부분이다. 눈치가 없다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일일이 설명하고 구구절절 덧붙여야 겨우 알아듣고 공감하는 사람들은 굉장한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자신이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얼마든지 들어줄 의향이 있다고 어필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말 한마디의 숨은 의미와 의도는 파악하지 못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 속에는 그 사람만의 특징과 의미와 의도가 숨어있다. 그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말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하나하나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 수긍이 되는 사람이 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저 서로 맞지 않음이 있을 수 있고 오해가 생기기 쉽고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동네 어르신부터 오랜 단골들은 입을 모아 추석날 카페 문을 열거냐고 물어왔다. 추석날 손님들이 제법 올 거라고 노골적으로 알려주시기도 했다. 사실 혼자 운영하는 동네 작은 카페라 손님들이 몰려와도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추석 며칠 전부터 악몽 아니 예지몽 비슷한 꿈을 꾸며 새벽녘에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실수하는 것이 두렵고 엉망이 되어 꼬여버린 상황들을 마주하게 될까 봐 무섭기도 했다. 혼자 오롯이 마주하게 될 카페에서의 상황들이 벅찰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것조차 내 몫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해준 것도 없는데 도움받으려니 입이 떨어지지 안 울 때가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움을 주려 애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면서 해맑게 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각자가 생각하는 편한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잠시 서운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더래도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해프닝일 뿐일 것이다.

추석날 아침부터 휘몰아치듯 들이닥치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사실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두 발로 겨우 버티면서 보낸 것 같다. 단 하루긴 하지만 최고 매출도 찍어보고 그동안 저조했던 매출에 조금은 기여를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혼자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은 이런 상황들을 자주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목적이 아니지만 오는 손님들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카페일을 하면서 돈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고 들고나는 게 분명한 일인 것을 어찌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누구보다도 이윤을 밝히고 살아야 하는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취미로 시작해도 흥하고 망하는 흥방성쇠가 존재하듯이 분명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날 것이다.

나에게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며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하나씩 배우고 내 방식을 찾아가는 것만으로 돈 이상의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피곤하고 잠이 온다.

애들도 걱정되고 밀린 집안일도 산더미다.

그런데 나는 카페에 앉아서 고민만 하고 있다.

언젠가 들이닥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기다림의 지루한 시간을 버티듯 지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간들이 싫지만은 않다. 모든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으니 필요충분조건은 충족시키고 살고 있는 듯하다. 이 카페 안에서 나는 진짜 자유롭고 나 자신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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