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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03. 2020

5. 실수를 해결하는 방법:시간과 돈

나는 22살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미국을 처음 가는 건 아니었지만, 혼자 가는 건 처음이라 너무 신나고 들떴나 보다. 혼자서 비자도 발급받아야 했고, 1년 동안 사용할 짐들을 싸야 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날 엄마가 물었다. 


"제이야, 짐 다 잘 챙겼어? 필요한 서류도 잘 챙겼지?"

"응 그럼, 잘 챙겼지."


그리고 비행 2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엄마와 둘이 공항으로 갔고, 어린애처럼 마냥 설레 하는 나를 엄마는 1년 동안 보내려고 하니 조금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가기 전에 여권이랑 비자 서류 잘 챙겼는지 한 번만 더 확인하자."

"어...................??? 왜 비자 서류가 없지? 어????? 어떡하지..........? 아................... 책상 위에 두고 온 것 같아................"


당황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엄마는 살짝 화가 난 듯했지만, 바로 이 상황을 정리하시기 위해서 생각을 하셨다. 우리 집과 인천공항의 거리는 왕복 3시간쯤 되었다.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안되었다. 그리고 아빠는 일하고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가져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그 비자가 없으면 미국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비행기를 놓치면 다시 비행기표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역시 나보다 훨씬 똑똑했다. 생각을 정리하시고는 이내 퀵 회사에 전화했다. 그리고 동시에 근처에 사는 외숙모에게 전화를 해서 아파트 공통현관/집 비빌번호를 알려주고, 비자 서류의 위치를 말씀하셨다. 엄마의 지시에 따라 외숙모와 퀵기사님들은 베테랑답게 착착 움직이셨다. 외숙모는 퀵 기사님에게 비자서류 전달하고, 퀵기사님은 나의 손에 1시간 만에 비자서류를 쥐어 주셨다. 


서류를 받아 들고, 나는 민망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의 실수 때문에 돈과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그때 엄마는 진지하게 나에게 말씀하셨다.  


"제이야, 실수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수와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수가 있어. 지금 이 경우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수였어. 그래서 다행이지만, 진짜 조심해야 하는 실수는 돈과 시간으로 해결되지 않는 실수야. 미국에 가서도 항상 조심하고. 실수했다고 해서 너무 당황하지 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생각해." 


나는 9년 전 그날의 엄마의 말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엄마는 그 상황에서 나를 다그치고, 화를 내봤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아시고, 그 문제를 해결하시면서 나에게 다시 한번 조심할 것을 당부하셨다. 그 후로는 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내 머리에 항상 떠오르는 말이다. 나는 한해 한해 겪어가면서 이 말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시를 한번 들어보겠다. 


1. 출근하는 길에 핸드폰을 집에 놓고 온 걸 알았다. 

  →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시 집에 가서 핸드폰을 가져오면 된다. 


2. 부동산 매매 계약을 했는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부동산이었다. 

 → 조금 큰 실수지만, 이 실수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파기하면 된다.  


3. 원치 않는 혼전 임신을 했다. 

 → 이런 경우가 돈과 시간으로 해결되지 않는 실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4. 무당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 

 → 이 경우는 돈과 시간으로 해결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내 몸이 남은 상처는 없앨 수 없다. 나는 이 경우는 돈과 시간으로 해결이 안 되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서,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실수를 만회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뭘 치러야 하는지 항상 생각한다. 이번에는 돈일까. 시간일까. 되도록이면 실수는 안 하면 좋겠지만, 완벽한 삶이란 없다. 누구든 실수를 한다. 시간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수라면 괜찮다. 해결될 일이니까. 이 생각들은 오히려 너애개 안도감을 준다.  


다만, 우리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시간과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실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실수는 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살아간다. 비자 사건은 9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덜렁대는 성격을 대변하는 엄마의 단골 에피소드로 자리잡음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점은 이 일을 통해서 내가 실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배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실수를 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겪어내면서 그 실수들을 혼자 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그만큼 경험치가 쌓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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