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Feb 03. 2020

6. 내가 좋아하는 피자는 말이야.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알게 된 미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물었다.


친구: 너는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해?

나: 음… 나는 피자 좋아해!

친구: (약간 놀란 듯) “피자? 그게 끝이야? 어떤 피자?

나: 음…. 나는 토핑으로 고기 올라간 거 좋아해.

친구: 나는 도우는 씬에다가 좀 쫀득쫀듯한 식감에 토마토 베이스에 페페로니가 올라가고, 파인애플도 토핑으로 올라가고.. 치즈는…………… 모차렐라에다가 아메리칸 치즈도 같이 올라가고...........

나: 아……………


그 친구는 단순한 나의 대답에 놀라고, 저 또한 구체적인 그의 대답에 놀랐다. 그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자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건 한국과 미국의 식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식당에 가면 그냥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시키고, 뭘 빼 달라거나 뭘 더 넣어달라거나 하는 부탁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니 말이다. 미국은 반면에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찾는 경험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 차이점이 생긴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친구의 대화를 통해서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보다는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걸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안다는 것은 내가 안 좋아하는 걸 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물론 모든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안 좋아하는 것,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한 선택에 자신감이 붙기 위해서는 내가 불쾌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알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다음에 한 선택이 나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을 때. 그 경험이 또 다른 선택에 기반이 되고 경험들은 계속해서 축적될 것이다. 점점 나에게 최선의 선택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나에 대해서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이다. 그게 내가 혼자 살아가면서 느낀 것이다.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은 영양과 사랑이 가득하겠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올라올 수 있다. 그 밥상은 나만을 위한 밥상은 아니니까. 그런데 내가 내 돈을 주고, 직접 차린 밥상이라면 어떨까?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건강을 위해서 추가하는 반찬은 있을 수 있다. 그 또한 나를 위한 내가 계산한 식단일 것이고, 나의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다. “그걸 꼭 혼자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거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혼자 산다는 건 나에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니까. 혼자 밥을 차리고, 혼자 청소를 하고, 혼자 장을 보면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의 시간이 훨씬 많고 훨씬 많은 선택을 할 것이다. 혼자 살면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서 할 3년 치의 선택들을 1년 만에 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귀찮고, 돈도 많이 들고 어떨 때는 막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뭐 먹지? 고민하는 게 지겨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 경험이 내가. 그리고 당신이. 앞으로 할 수많은 선택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실수를 해결하는 방법:시간과 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