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Jonny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은 조금 서운했지만, 나는 미국으로 떠나는 게 좋았다. 미국에서 공부해 보는 것은 내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그리고 교환학생으로 가기 1년 전에 학교에서 영어 프로그램에 뽑혀 6주 동안 미국에 다녀왔는데, 그때도 미국이라는 세상은 나에게 천국이었다. 그래서 난 하루빨리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마 Jonny는 알았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미국에 가고 싶어 했는지... 내가 얼마나 그곳을 좋아하는지. 이런 나에게 Jonny는 가끔 물었다.
Jonny: 내 발음 섹시하지 않아…?
나: 음…. 별로….?
Jonny: 너도 영국 발음해! 네가 미국에 가서 미국 발음만 쓴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 글쎄………… 나는 내 발음을 바꿀 마음은 없는데….
나는 영국 발음에 동경 같은 게 없었다. 미국 영어를 듣고 자랐고, 미국의 문화와 미국의 역사에 더 친숙했고, 나는 유학을 가거나 교환학생은 무조건 미국으로 갈 거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Jonny는 내가 영국 발음을 쓰고, 영국을 더 좋아해 주길 바랐던 것 같다. 단순히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내 마음에 미국을 향해 있다는 것이 그를 더 불안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그런 Jonny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했다. 사실 요즘에는 영국 발음이 듣기 좋다. 저번에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는데 남주의 영국 발음에 정말 심쿵했다. 그때는 Jonny가 그 영국 발음으로 나에게 항상 예쁜 말들을 속하여 줬는데… 그때 Jonny에게 그렇게 말해줄걸. 그랬다면 또 아이같이 좋아했을텐데...
“응, 너 발음 완전 섹시해!!”
우리는 두 달 동안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나는 출국을 하게 되었다. 나는 중부에 위치한, 위스콘신으로 갔다. 그곳은 동부처럼 발달한 곳도 아니고, 서부처럼 아름다운 곳도 아니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고, 치즈와 야구가 유명한, 동양인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었다. 나는 그곳이 좋았다. 그곳에서의 1년은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1년이었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힘들었다. 시차 적응도 안되고, 낯선 사람들도 힘들었다. 나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Jonny는 자꾸 보챘다.
Jonny: 제이야, 나 잊어버린 거 아니지? 오늘 뭐했는지 다 말해줘
나: 응, 오늘은 도서관에도 가고, 영어 수업도 듣고, 운동도 하고, 저녁에는 라운지에 친구들이랑 게임했어.
나는 Jonny랑 통화하다가, 친구들과의 모임에 못 가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Jonny와 통화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Jonny는 내가 더 그에게 의지하기를 바랐다. 내가 Jonny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보다 그는 더 원했다.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도서관에 가서도 집중이 잘 안되었다. 내가 미국에 있어야 하는지, 한국에 Jonny와 함께 있어야 하는지 헷갈렸다. 우리는 관계가 안정화되기 전에 떨어져야만 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 관계는 위태위태했다.
한 3개월쯤 Jonny와의 관계는 이어졌다. 내가 있던 밀워키와 한국의 시차는 15시간이다. 밤늦게까지 통화를 하고 나면 나는 다음날 몹시 피곤했다. 나는 관계에 서툴렀고, 그때 당시에는 나에게는 그곳에 적응하는 게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였다. Jonny와의 마지막이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은 Jonny가 이제 그만 하자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며칠을 속상해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Jonny는 그때 내가 그곳에서 얼마나 잘 해내고 싶어 했는지, 내가 그곳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았던 것 같다.
Jonny와 헤어지고 내 영어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에 내가 쓰는 영어 발음이 어디 발음인지 검사를 했을 때, 내 발음은 다른 한국 친구들과 마찬가지고 뉴욕 발음이 나왔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두 번째 학기에 다시 한번 검사를 했을 때 내 발음만 시카고 발음이 나왔다. 시카고는 밀워크에서 멀지 않은 도시이다. 나는 밀워키에서 어린아이처럼 영어를 흡수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국제학생의 대표가 되어, 학교 학생회에 참가해 국제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했다. 만약 내가 Jonny와의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과연… 어땠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계속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았을지도 모른다. Jonny는 나를 위해서 한발 물러서 줬다.
나는 아직도 Jonny를 생각하면, 그때의 즐거웠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Jonny와 나는 서로 너무 달라서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서로 다른 모습을 좋아해 줬다. 특히 Jonny는 내가 나 스스로를 더 멋진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내가 꽁꽁 싸매고 있던 한 꺼플을 벗겨줬다. 그런 Jonny에게 고맙고 언제나 나는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
한국말이 서툴렀던 Jonny를 위해… 마지막은 영어로…
Thank you Jonny! Take 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