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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12. 2020

2. 당신은 호랑이 인가요? 늑대인가요?

저는 호랑이더라구요.

2016년에 대학원을 마치고 난 후, 취업을 하기 전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한적이 있다. 그 당시에 옆 팀 한 차장님께서 그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리 인턴은 호랑이야? 늑대야?”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그 얘기가 내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랑이들은 사냥을 할 때도 혼자 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고 한다. 다만, 교미와 같은 누군가가 필요할 때만 다른 호랑이를 찾아서 잠깐 같이 있다고 한다. 반면에, 늑대들은 항상 무리지어 사회를 이루어 살아간다.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눈다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00% 호랑이거나 100% 늑대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어느 정도 호랑이의 성향과 늑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겠지만, 어느 쪽이 더 높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가만히 나를 드려다보니, 호랑이였다. 밥을 먹고, 술을 먹을 때도 여럿이 있으면, 정신이 없고 재미도 없고, 피로해 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 밥을 먹거나, 아니면 다른 한 사람이랑 밥을 먹을 때 가장 편안하고 재밌고, 만족감이 컸다.


아마 이런 성향 때문에 혼자 살기를 선택한 것 같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내 시간이 필요하고, 나에게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하기를 원했다. 또한 이런 성향은 다른 것으로도 파생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꽉 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온 몸이 아프고 모든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을 받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옥철의 경험유쾌하진 않겠지만, 나는 그 느낌이 훨씬 심했던 것 같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서초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넉넉잡아 1시간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나는 그 시간이 너무 괴롭고, 지하철 안에 있는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러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회사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걸 통해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특히 결혼하기 전에 완전히 다른 누군가와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제 스스로를 아는 시간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어떤 순간을 힘들어하고, 어떻게 했을 떄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는 지 알고, 그래야 다른 사람과 함께 가정을 꾸려도 그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늑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혼자살기를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혼자 있는게 너무 싫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사람들은 쉐어하우스나 함께 살 수 있는 룸메이트를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룸메이트가 있거나, 쉐어하우스에서 사는 것은 함께 사는 유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기서도 충분히 내 돈과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혼자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경제적인 독립을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모든 선택은 내가 하지만, 그래도 나의 시간을 함께 채워줄 누군가가 옆에 있기 때문에 덜 힘들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늑대도, 호랑이도 혼자 살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부모님은 거의 30년을 우리에게 자는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 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의 곁에 머물른다.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를 벗어나야 하는 아기 캥거루가 계속해서 엄마 캥거루 주머니에 머무르다 보면, 성장을 멈출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수입이 있다면 혼자 한번 해볼 때가 된 것이다. 부모님의 그 안정적인 보금자리에서 나와서 모든걸 혼자 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돈도 많이 들고, 힘든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겪어보면서 내 선택에 책임을 져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TV프로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싱글라이프를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요즘 유투브를 보면 원룸을 정말 아기자기한 보금자리를 꾸미고, 스스로의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미디어에 잘 드러난 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앞으로의 선택을 잘 해나갈 수 있는 경험이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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