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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25. 2020

치앙마이에서 만난 그 아이

2019년 12월에 엄마와 함께 한 치앙마이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2살이 어리지만 의젓하기도 하면서 애교도 많고 예쁘고 어른들에게도 잘한다. 그래서 우리 엄마도 그 친구를 많이 좋아하신다.


나는 그 친구를 한 번쯤 내 집에 꼭 초대하고 싶었다. 치앙마이를 혼자 여행하던 그 친구는 겉으로는 강해 보였지만, 속은 여리고 따뜻하고 배려가 많은 친구였다. 인스타를 통해 간간히 연락을 하다가 오늘 그렇게 친구를 초대할 수 있었다.


병원을 다녀온다던 그 친구에게 맛있는 밥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오기로 했고, 나는 아침에 나가서 삼겹살과 야채, 과일을 사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


4개월 만에 만나는 그 아이는 저번 주에 만난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었고, 그저 오랜만에 보니 좋았다. 홍대에서 따릉이를 타고 왔다는 친구를 위해서 삼겹살을 에어프라이기에 익히고, 뚝딱뚝딱 점심을 만들었다. 그리고 먹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화를 이어갔다.



친구는 몸 어딘가가 아픈 건 아니었지만,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 상담을 받는다고 했고,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다고 했다. 밝고 씩씩하고 능력도 있는 친구는 사람들은 보기에는 그럴듯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속은 우울하고… 힘들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다고 했다.

한강물을 쳐다보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뛰어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서 커피를 사들고 들어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연애 얘기, 회사 얘기, 살아온 얘기,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얘기.


그런 그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 친구는 나랑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고 부정적인 자극에 취약하다. 우리는 힘듦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서로에게 서로의 방법을 추천했다.


“S야,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좀 만나보는 거 어때?”


“저도 그러고 싶기도 한데 괜찮은 사람도 주변에 없고, 오히려 사람 만나다가 헤어지면 더 힘들 질 수도 있고… 저는 그것보다는 제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면 좋겠어요.”


“혼자서 단단해지는 게 물론 좋은데, 사람은 항상 혼자 있을 때 불안정하고 외롭잖아.. ㅠㅠ”


대화를 하면서 비슷한 점도 찾아냈지만, 우리는 힘듦을 견뎌내는 모습이 달랐다. 친구도 스스로의 성향을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스스로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내 그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연인을 항상 옆에 두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내가 힘든 순간에 옆에서 지지해주고 지켜주는 사람들이 항상 있어왔다. 그리고 나는 잔잔한 바다 같은 사람 옆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곤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다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일 테고 그 많은 선택들이 모여서 내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S와 나는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선택을 한다. 그 친구는 그녀만의 가치관의 기준에 따라 선택을 해나갈 것이고 나 또한 내가 편한 방향대로 선택을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삶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또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인생을 응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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