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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29. 2020

아스팔트에 슬라이딩했다. 아프다.

킥보드 타다가... 넘어졌다...

내가 킥보드를 탄지는 한 1년 반 정도 됐다. 특히 나 같은 조그만 여자애가 킥보드를 타고 다니면 그렇게 사람들이 쳐다본다. 킥보드가 얼마냐며 말을 거는 아저씨도 수두룩하다.


처음에는 그냥 막연하게 킥보드가 갖고 싶었고, ‘출퇴근 길에 타고 다니면 되겠다.’ 싶었다. 처음 킥보드를 타고 출퇴근을 할 때, 우리 회사 분들은 나를 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셨다.


“위험하지 않아?”

“너 그러다 골로 간다.”
 “헬멧 꼭 써야 해. 안 그럼 진짜 위험해.”

“너, 킥보드 얼른 팔아”

“내 딸이었어봐, 절대 못 타게 하지.”


아침에 출근하니,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는 걸 봤다는 메신저가 수두룩하게 와있었다. 그래서 난 그다음 날부터 킥보드로 회사 앞까지 오지 않고, 반쯤와서 회사에서 먼 곳에다가 킥보드를 놓고 걸어서 출근했다. 그러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킥보드를 타고 회사 앞까지 출근하게 되었다. 이제 뭐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킥보드 때문에 좀 아팠다.


아침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킥보드를 타고 출근을 했다. 퇴근을 하는데 춥지가 않아서 트렌치코트를 팔에 걸친 채 킥보드를 탔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트렌치코트가 팔에서 스스로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그 짮은 순간에 내 머릿속에서는 트렌치코트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 위를 킥보드가 밟고 지나가는 상상을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게 싫어 나는 한쪽 손으로 트렌치코트를 잡으려고 했다.


그 순간 핸들이 틀어지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나는 거친 아스팔트 길을 온몸으로 슬라이딩했다. 무릎과 치골에 열감이 느껴졌고, 아스팔트에 쓸리면서 엄청나게 쓰라렸다. 일단 그 순간은 정신이 혼미했고, 내 몸을 챙겼어야 했다. 넘어지고 한 1초 정도 앉아서 내 다리가 멀쩡한 건지 생각한 것 같다.


회사 사람들도 퇴근하고 있는 길이라서 누군가가 보진 않았을까 창피한 생각이 그때 밀려들었다.

일단은 집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번쩍 일어나서 킥보드를 타고 집에 왔다.


나도 안다.

킥보드를 타는 게 위험하다는 걸.


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봐도 위태롭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시속 20km는 넘기지 않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이면도로나 인도로 천천히 달려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에 사람들이 킥보드를 사겠다고 하면 위험하다고 말리는 편이 되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킥보드를 포기할 수가 없다.


집 앞 마트를 가도, 헬스장을 가도… 킥보드를 타고 가면 훨씬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또 25분 걸어가야 하는 회사도 킥보드를 타고 가면 10분이면 충분하다. 바쁜 아침마다 25분씩 어떻게 걸어 다녔나 싶다.


위험한 줄 알지만 킥보드가 주는 편리함과 안락함에 이미 젖어버려서 포기할 수가 없다. 머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오늘도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고 타박상이 생겼지만, 나는 내일도 또 킥보드를 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단 킥보드뿐일까? 우리가 뭔가 선택을 할 때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이미 그것이 주는 편리함과 익숙함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고 그걸 계속 지속하고 있는 게 많지 않나?


회사에 회계팀 과장님은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도 과장님과 식사를 하고 우리는 커피를 사러 갔다.


누군가에게는 연인이… 머리로는 아닌 것 같은데… 그가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에 그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담배가, 초콜릿이, 게임이.. 그런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킥보드를 끊어야 할까? 커피를 끊어야 할까? 그 또는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해야 할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머리로는 아는데 우리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비켜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항상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좋아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아마 알파고에게도 100전 100승을 할 것 같다. 인간미가 없달까?


항상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우리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완벽한 선택을 하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 또한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고 물론 정말 아니다 싶을 때는 멈춰야 할 때도 있고 결단을 내려야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내가 킥보드 계속 타는거에 합리화 하는 그런 글은 아닌데…


아.. 마무리가 이렇게 되버렸네………………

아 ……… 조심해서 타야지………… 오늘 쫌 아프네……… 그래도 얼굴 안다쳐서 다행이다……… 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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