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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09. 2020

엄마의 사랑이 아침을 파괴했다.

엄마랑 청평 호캉스 이야기 

코로나 19의 여파는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켰다. 나들이를 갈 수도 없고 쇼핑을 갈 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우리는 5월 황금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우리는 결국 호캉스를 가서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화하지만 답답한 상황에서의 탈출을 꾀했다. 그래서 2박 3일의 청평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 언니, 치앙마이에서 만난 친구 S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은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신이 났다. 날씨는 화창했고, 우리는 외곽으로 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공기마저 완벽했다.  


첫날은 넓은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고기를 구워 먹었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둘째 날은 ATV 타고 또 수영하고 스파도 즐기고 각자 독서도 했다. 그리고 둘째 날 밤 맥주와 함께 게임을 시작했다. 졸렸지만 게임은 1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무려 2시간의 게임의 끝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평온하고 느긋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새벽 6시부터 굉장한 소음이 이어졌다. 


우당탕탕!!

사그락 사그락


놀라서 깨보니 엄마는 전복죽을 준비하고 계셨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어제저녁에 장을 볼 때 오늘 아침은 전복죽을 먹기로 한 게 생각이 났다. 

이런………………



나: 엄마 뭐해?

엄마: 제이야, 큰일 났다. 어제 우리가 전복 4마리 샀는데 5마리가 들어있다. 

나: 그게 왜 큰일이야? 

엄마: 그 사람들 손해 나면 어떻게 해..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라. 우리가 뭐 그 사람들까지 걱정해. 다섯 마리 먹으면 좋은 거지 


그렇게 소녀 같은 멘트를 날리시고 엄마는 또 계속해서 전복죽을 만드셨다. 


부스럭부스럭 


언니랑 S도 몹시 괴로워하는 눈치였다. 어떻게든 잠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그 소음은 우리의 아침잠을 잔혹하게 침범했다. 


언니: 아…………………엄마………………………… 너무 졸려………………………그거 안 하면 안 돼……………………?? 전복죽을 먹겠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엄마: 묵묵부답 (뒤돌아서 눈치 보심)

언니: (다시 잠에 빠져듬)



우리의 애원에도 꿋꿋하게 전복죽을 만드셨다. 그리고 봉지를 바스락 거리실 때면 눈치를 보는 것처럼 뒤를 돌아봤다. 나는 졸렸지만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언니, 나, 그리고 치앙마이 친구 S는 9시가 돼서야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엄마는 조용히 우리가 깰 때까지 기다리시며 책을 읽고 계셨다. 


일어나서 맞이한 아침식사는 감탄스러웠다. 


엄마: 너네 눈치 보느라 제대로 하지도 못했잖아~

언니: 눈치 하나도 안보던데???

엄마: 아니야. 너네 잔다고 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했는데.

나: 그건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진짜 맛있어. 


엄마는 여전히 소녀 같고 귀엽고 우리를 향한 사랑이 넘치셨다. 

엄마의 사랑이 우리의 아침을 파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침은 완벽했다.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고, 전복죽은 꿀떡꿀떡 넘어갔다.  엄마의 사랑도 전복죽도 달콤했다. 


코로나로 마비되었던 일상은 청평에서의 이틀간의 시간들로 리프레쉬가 됐다. 이 맛에 힘들게 회사를 다니나 보다는 생각을 하며, 리조트를 빠져나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다음번 여행에도 나는 조식으로 나오는 차가운 시리얼보다는 따뜻하고 달콤한 엄마의 전복죽을 택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쯤 남은 티 아이슈페너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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