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특강에 가기 위해서 그 저자의 책을 사서 한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더웠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수혈이 시급했다.
무심코 들어간 카페였지만 널찍한 그 카페가 마음에 들었다.
자리를 잡았고, 내가 그곳에서 조용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 상태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주문을 하러 갔다.
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점원: 아 죄송합니다. 저희 카페에는 커피는 판매하고 않고 다양한 티 종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나: 아…………………. 그래요? 음… 그렇군요… 그럼 잠시만 메뉴판 좀 볼게요….
점원: 네네 천천히 보세요.
나: 그럼 저 이걸로 할게요.
나는 메뉴판을 보면서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아메리카노 제일 비슷하게 생긴 티 아이슈페너를 시켰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내가 시킨 그 문제의 티 아이슈페너가 나왔다.
그리고 한 모금 마셨다. 내가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평소에 티를 즐기지도 않고 특히 블랙티는 마시지도 않는데…………… 그 점원이 블랙티라고 말해줬는데도 나는 아메리카노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티 아이슈페너를 시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달달한 녹차라떼나 시킬 걸 후회가 됐다.
아… 내가 본건 티 아이슈페너의 본질이 아니라 겉모습인 듯했다.
블랙티의 맛이 뭔지 알면서도 판단하는 그 순간에는 그런 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했던 적이 또 있었다.
20대 때 4년 동안 열렬히 사랑했던 이가 있었다. 나는 그와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다.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성격도 취향도 관점도 아예 다른 그였지만 나는 새로운 그에게서 20대 때 사랑했던 그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다.
반쯤 남긴 티 아이슈페너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겉모습만을 보고 선택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 본질을 봐야 하고 사람의 내면을 봐야 한다. 겉모습을 보고 혼동이 될 때면 그 선택지의 본질이 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뭘 먹을지, 뭘 마실지, 누구와 함께 할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택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모여 내 인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선택들을 해나갈 때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겉모습이 아니라 본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