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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23. 2021

갑인 고객과 을인 판매자

제가 이걸 왜 구매했을까요?


아침에 판매하고 있는 플랫폼을 둘러보면서 그 전날 주문 현황도 한번씩 보고, 이슈사항이 있나 확인을 한다. 


아침 9시 30분, 나는 메롱이가 고객의 문의에 친절하게 답을 단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상황은 고객은 앞치마를 구매하고 싶은데, 자신의 몸에 잘 맞지 않을까봐 고민하고 있었다. 


메롱 

안녕하세요, 고객님 :-) 

88 사이즈 가슴둘레 100cm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비슷한 사이즈의 모델이 착용했을 때 문제 없이 잘 맞았습니다^^ 둘레 110cm 넘어갈 경우 조금 타이트한 핏이 나오실 것 같은데 그 이하시라면 사이즈 구애 없이 잘 입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





'와~ 저렇게 말하면 고객님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우리 제품에 대한 구매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질문은 간단했지만, 메롱이는 참 성심성의껏 대답을 한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메롱이에게 카톡이 왔다.  


메롱 : 언니 이거 봤어?........... ㅜㅜ 


우리가 타플랫폼에서 아기들을 위한 우유를 판매하고 있는데, 문의가 달렸다. 



고객 : 18일에 와야할 제품이 아직도 오지않았습니다. 이렇게 늦을것 같으면 왜 비싼가격에 구매를 했을까요?!!!!!!!!!!




10개의 느낌표가 화난 고객님을 연상케했다. 


음......... 처음 든 생각은...... 고객님께서 구매하셨는데, 왜 구매했냐고 왜 우리한테 묻는걸까....? 


배송이 늦은 것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9월 18~22일까지는 추석연휴의 기간으로 그 전주에 엄청난 택배 물량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든 택배사들이 16일날 택배 마감을 했고, 가장 물량이 많은 CJ대한통운은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여 15일에 택배가 모두 마감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사를 가지 못하는대신 많은 분들이 선물로 마음을 전했던것 같다. 


아마 고객님은 아이에게 먹일 우유가 떨어져 빨리 주문하시고 싶으셨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가 소중하니까. 그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다. 나도 소비자로 물품을 주문했는데, 택배가 늦어지면 괜히 궁금하고 물건은 도대체 어디있는지, 판매자는 왜 빨리 일을 하지 않는지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 판매자에게 짜증을 표출하지는 않는다. 


나도 소중하고, 내 물건도 소중하고, 내 아이도 소중하면 내가 대하는 상대방도 소중한거 아닐까...?    

연휴를 앞두고 배송이 늦어진다면, 연휴로 인한 이유일 수 있으니, 조금은 이해를 할 순 없었을까? 


내가 즐겨보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는 프로에 12년차 상담사 손님이 온적이 있는데, 상담사들은 쌍욕도 많이 듣고, 죽이러 오겠다고 협박도 듣고, 성희롱적 발언도 많이 들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 편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핸드폰 너머의 사람에게는 막대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건지, 아니면 화를 풀 곳이 그곳밖에는 없는 건지.... 


CS는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상처받는다. 메롱이나 나나 둘다 마음이 단단하지가 못해서 조금 멘탈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나가기 때문에 커버가 되는 부분이 많다. 그냥 둘이서 꿍시렁 거리고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메롱이는 프로페셔널하게 멘탈을 부여잡고, 답변을 달았다. 





메롱 : 안녕하세요, 고객님. 일단 주문 주시고 기다리셨는데 예정일에 도착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합니다 ㅠㅠ

추석 전 택배 발송량이 너무 많아 모든 택배사가 15-16일에 출고가 마감되어 출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주문주신 상품은 연휴가 끝난 금일(23일)부터 순차적으로 출발 예정이오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역시 답변 참 잘 단단말이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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