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장

by KIM작가

《아수라》, 영화를 보고 나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평을 살펴보았다. 분명 다른 공간에서 다른 느낌으로 영화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평은 한결같았다. “아수라가 아니라 아수라장이다. 난장판이다.” 오죽하면 왜 제목을 ‘아수라’라고 지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았다. “팔부중의 하나.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인 귀신(鬼神). 악귀(惡鬼)의 세계(世界)에서 싸우기를 좋아함.(네이버 ‘한자사전’ 참조)” 아수라의 본뜻이다. 아마 난잡한 지하세계(?)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악인들을 ‘아수라’라는 제목으로 번지르르하게 포장하고 싶은 듯했다.

그러나 영화는 필모가 대단한 ‘배우’들과 ‘욕’ 말고는 정말 하나도 건질 것이 없었다. 이 아수라장의 주인공 다섯 명을 살펴보자. 다들 한 연기하는 어마어마한 주인공들이지만 너무 흔하다. 이미 숱한 영화에서 모든 역할을 섭렵한 ‘황정민’의 부패한 시장 연기는 안정적이지만, 신선할 것이 없다. 심지어 잘생김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비리 형사 역의 ‘정우성’ 조차도 “저 얼굴로 대체 저기서 뭐 하지?” 싶었다. 온갖 인상은 다 찌푸리고 서서는 ‘누아르’ 영화 속 주인공을 표방하고 싶어 안달 난 것 같다. 정우성뿐만이 아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이미 독종 검사로 나왔던 ‘곽도원’은 똑같은 캐릭터로 또 나온다. 그의 밑에서 일하는 검찰 수사관 역의 ‘정만식’역시 늘 하던 악역 연기로 별다를 것이 없다. 그나마 신선하다면 정우성과 형제만큼 끈끈한 후배 형사로 나오는 ‘주지훈’이다. 왜냐? 비슷한 류의 범죄영화에 나온 이력이 없어서이다. 이 영화에서 제일 두드러진 배우는 개인적인 견해지만 정우성의 정보원 작대기 역으로 나오는 ‘김원해’이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 극 중에 녹아있는 사람은 그뿐이다.

내가 이렇게 악평을 하고 있다고 해서 범죄·액션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영화라 생각하는 《신세계》나《범죄와의 전쟁》은 이야기의 전개도 있고 꽤나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다. 개인적으로 《신세계》는 OST와 케미 역시 완벽했다. 앞선 영화들과 달리 《아수라》는 개연성이 1도 없다. 도경(정우성)과 선모(주지훈)가 왜 저렇게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우린 형제나 다름없어!!”를 외치고 있다. 열린 결말이 아니라, 시작부터 저 인물들이 어떻게 저런 사이가 되었을지 상상해야 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불분명하다. 잔혹한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악인에 대해 부각하고 싶었던 것은 알겠지만, 덕분에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들은 잃었다. 마치 ‘잔인함=악인’ 그것에만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누가 누가 욕 잘하나 욕 잔치를 반만 줄이고 캐릭터 간의 인간적인 연결고리에 좀 더 할애했더라면. 스토리가 이렇게 까지 난잡하진 않았을 텐데.

이런 누아르 영화를 보고서는 “실제 일어난 일들을 재구성한 것이겠지?” 어느 정도 현실에 와 닿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수라》를 끝까지 보고 난 느낌은 이랬다. “소설 쓰고 있네.” 결말까지 가서도 붙잡을 만한 명장면을 남겨놓지 못하고 끝이나 버렸다. 리뷰를 쓰기 전에 어디서부터 이 영화를 되짚어 봐야 하나.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잘 만들어진 영화는 후에 스토리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 영화는 반대다. 그냥 잊어버립시다. 다시 보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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