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로코퀸 브리짓의 귀환

by KIM작가

믿고 보는 브리짓 존스 시리즈가 12년 만에 시즌3을 내놓았다. 알다시피 시리즈물은 1만 한 2 없고, 3는 더더욱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웬걸? 브리짓 존스의 12년 만의 귀환은 이만하면 대성공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결혼은 했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남길 바랬다. 그러나 푼수 같던 그녀가 엄마로 성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브리짓 존스’라는 한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근 극장가에 이렇게 유쾌한 로코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푹 빠져 보았을지도 모른다.

브리짓 존스의 팬이라면 첫 장면부터 조금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아니, 나만 그럴지도) 12년이란 세월의 흔적을 비켜갈 수 없던 주름진 그녀의 얼굴은 팽팽했던 리즈시절과 비교해 확실히 늙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변화한 브리짓의 새로운 모습은 뉴 시즌에 맞게 확실히 신선하다. 그녀가 여전히 통통하고 상큼 발랄하다면이야 옛 시리즈의 향수에 젖어 “역시 그녀는 그대로구나!” 할 테지만, 구태여 나이 든 그녀의 모습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듣는다면, 깨닫게 될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제목 그대로 브리짓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욕하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원조 남주 마크(콜린 퍼스)와 새롭게 등장한 남주 잭(패트릭 뎀시)과의 삼각관계는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남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변해버린 건 브리짓뿐만이 아니다. 극 중에서 마크가 브리짓을 처음 만나던 때를 상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역시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나 보다. 그러나 여전히 멋지다.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영국식 악센트로 말하는 그는 중후함을 한 꺼풀 더 걸쳤을 뿐이다.

새로 등장하는 남주 잭 역시 매력적이다. 첫 만남에서 브리짓에게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 벗겨진 구두를 신겨주는 장면은 마크에게 없는 다정함을 무기로 가진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나중에 브리짓이 벗고 간 장화를 마크 들고 그녀를 찾아오는데 연애 정보회사 CEO 답게 전략적으로 그녀를 꼬시기 시작한다.

브리짓과 마크의 의리가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다정함에 이끌려 노선을 바꿔 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브리짓의 캐릭터 역시 이 영화에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연애에 목메고 사랑에 목메던 브리짓이 한 생명을 임신하면서 그녀 스스로 주체가 되어가는 모습들은 오랜 시간 브리짓을 사랑해온 관객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늘 주는 사랑을 하던 브리짓이 두 남자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모습들 역시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과연 브리짓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가 누굴까?”이다. 아마 꼭 그래야만 할 것이라는 뻔한 결말이 이미 뇌리를 스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남편 찾기 드라마 응사나 응팔 시리즈처럼 과연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찌 보면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손 글씨로 꾹꾹 눌러쓰던 브리짓의 다이어리는 이제 태블릿으로 대체되었다. 그녀가 손 글씨로 일기를 휘갈겨 쓰던 모습이 그립지만,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추어 세련된 모습들이 이야기의 짜임에 잘 녹아 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육아까지 보여주는 시즌4까지 나올지 의문이지만, 나와도 좋으리라.

그녀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팬으로서 ‘브리짓의 귀환’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수라> 장